정재왈 신임 대표 첫 기자간담회
“노조와 단원 정년 문제 논의 중”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 10여 년 간 정체기를 겪었다. 조성진, 임윤찬 등 개별 클래식 연주자는 국경을 뛰어넘는 명성을 얻었으나, 서울시향이 국제적 지위를 획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0월 3년 임기를 시작한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향은 2005년 재단법인 독립 이후 10년은 부흥했고, 이후 10년은 침체기였다”며 “이제 부침의 과정을 넘어 도약할 때다. 대중예술에서 시작한 한류가 클래식에서도 퍼질 수 있고 서울시향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정체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정명훈이 2015년 사임한 이후 장기간 음악감독이 없었다. 2020년 오스모 벤스케가 취임했으나 곧바로 코로나19가 유행했다. 정명훈 사임과 함께 스베틀린 루세브가 떠난 이후 악장은 현재까지 공석이다. 오케스트라의 ‘주장’이라 할 수 있는 악장은 지휘자와 단원의 가교가 되는 주요 역할을 한다. 정명훈 시절에는 오디션을 통해 실력이 충족되지 않은 단원을 해촉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이마저 없다. 2022년 4월 이전 입단한 단원은 정년이 없다. 박현정 전 대표와 직원들 사이의 송사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정 대표는 “상반기를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노조와 함께 정년제 도입 문제에 대해 기탄없이 대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직원들과 관련된 송사도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악장 채용 문제는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함께 ‘올해 안에 뽑자’고 확고하게 이야기한 상태”라며 “훌륭한 악장을 모시려면 저희 예산을 초과할 수도 있지만, 지혜를 모아 다양한 경로로 좋은 분 모시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콘서트홀 확보도 서울시향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재단법인 이후 여러 대표, 음악감독을 거치며 논의됐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2026년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을 시작해 2028년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을 개관한다는 계획이 나온 상태다. 정 대표는 “현재 서울시향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을 대관해 연주하는데, 사업의 다양성에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대관료도 적지 않게 나간다”며 “서울시향에 전용홀이 생긴다면 몇 단계 뛰어넘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서울예술단, 예술경영지원센터, 고양문화재단 등을 거친 예술경영인이다. 서울시향은 올해 말러 교향곡 2번과 7번 공연실황을 녹음해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선보인다. 츠베덴 음악감독 재임 기간 내에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에 도전한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 등 해외 공연 일정도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