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간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들인 환매조건부채권(RP)이 약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도 큰 규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13일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은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47조6000억원 규모의 RP를 매입했다.
이는 코로나19로 경제에 충격을 컸던 2020년 한 해 동안의 매입 총액(42조3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한은은 보통 금융기관으로부터 RP를 매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한다. 비상계엄 이후 시장이 불안해지는 걸 막기 위해 비정례 RP 매입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1월 이미 58조5000억원의 RP를 매입했고, 12월 계엄 이후 한 달간 매입한 47조6000억원을 더해 연간 매입액이 사상 최대인 106조1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새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매입한 15조원 규모의 RP까지 계산한다면 12·3 비상계엄 이후 매입한 액수가 62조6000억원이다.
잔액 하루 평균 기준으로 봐도 12·3 비상계엄 여파는 컸다. 지난해 12월 RP 잔액 평균은 14조9000억원으로 직전 최고였던 2020년 6월(14조원)을 넘어섰다.
정 의원은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크다는 것을 한은이 입증한 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경제의 발목을 부러뜨린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