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시장 지난 2년간 누적방문 785만명
일자리 창출 효과 톡톡
“향토음식 사라진다” 의견도
‘백종원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한 충남 예산시장이 전국적인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그는 외식업계의 큰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주인공이자 지역축제 흥행 보증수표로 평가받고 있다. 백 대표의 지역 살리기 사업 참여로 방문객 증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기면서 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지역 임대료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종원 신드롬···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백 대표는 음식 관련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그의 이름 석 자를 유명 브랜드로 키워냈다. 특히 음식에 대한 박학다식함과 특유의 입담을 무기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말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넷플릭스 요리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백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5개로 늘어났고, 국내 가맹점 수도 2917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는 더본코리아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했다. 백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지난 13일 기준 672만여명이다.
백종원 신드롬은 예산시장 활성화에서 정점을 찍었다. 예산이 고향인 백 대표는 2023년 초부터 예산군과 함께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선봉국수·금오바베큐 등의 음식점을 오픈하며 예산시장을 탈바꿈시켰다. 이후 꾸준히 창업 점포를 늘리고, 기존 점포를 리뉴얼해 재개장했다. 현재 예산시장에는 백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35개점을 포함해 100개점이 문을 열고 있다.
그 결과 하루 방문객이 30명도 되지 않던 예산시장은 평일에도 하루 수천명이 모여드는 명소로 변모했다. 2023년 370만명, 지난해 404만명, 올해 들어서도 지난 12일 기준 11만여명 등 백 대표가 프로젝트를 개시한 후 누적 785만명이 예산시장을 찾았다.
예산시장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의 경우 2023년에는 24만명이 다녀갔고, 지난해에는 35만명이 찾았다.
예산 지역경제는 활성화됐다. 예산군은 지난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당호 출렁다리·모노레일, 내포보부상촌 등 주요 랜드마크의 외부 방문객 유입이 2019년 대비 9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관광객들이 예산군에서 소비한 카드 금액(BC카드 기준)을 보면 2019년 389억6100만원에서 2023년에는 477억3300만원으로 뛰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었다. 예산군은 지난해 고용률 77%를 기록하며 당초 목표인 74%를 초과 달성했다. 더본코리아는 예산군과 민관협업으로 외식개발협력기관을 전국 최초로 설립해 2000명 이상 수강생을 배출하는 등 청년들의 창업 및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예산군은 이에 힘입어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실시한 지난해 기초지방자치단체 브랜드 평판에서 1위에 올랐다.
백 대표는 최근 지역축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지역개발 용역사업 건수는 2021~2022년 17건에서 2023년 35건, 지난해(9월 기준) 40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성공의 딜레마? 임대료 상승
일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낙후 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예산시장 인기에 편승해 주변 상가 임대료가 오르자 백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은 진절머리가 난다. 시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임대료 문제를 언급했다. 한 40대 상인은 “2023년 4월 처음 가게를 열 때는 13㎡(4평) 기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20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결국 폐점했다는 그는 “33㎡(10평) 가게 매매가격이 4억원으로 평당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라며 “먹거리 가격은 미리 정해놨기 때문에 임대료가 급등했다고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지역 고유의 향토음식 문화를 희석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산은 사과, 국수, 국밥 등이 유명한 지역이지만 예산시장에서는 천안 호두과자, 속초 홍게라면 등 다른 지역 대표 음식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60대 주민은 “백 대표가 오면서 지역경제가 살았다고 하지만 솔직히 시장 안에 있는 가게만 잘 나가지 동네 주변은 망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국 노포와 맛집이 사라지는 자리에 대형 백종원 푸드코트가 들어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더본코리아가 지역축제와 축제 먹거리존 등을 도맡으면서 지자체 예산이 백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서 “전국 지역축제는 1100여개로 더본코리아는 지난해까지 14개를 진행한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 대표가 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지역 고유문화와 향토음식을 어떻게 보존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면서 “임대료 등 전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