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과 함께 분담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달라는 취지에서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입법 과정에서 더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비용 분담 3년 연장과 분담 비율을 순차적으로 감축하는 대안이 제시됐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무상교육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에 따라 중앙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자체가 5%를 부담한다. 이 특례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년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 권한대행은 “무상교육에 대한 국비 추가 지원에 대해서 사회 일각에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정된 재원 여건하에서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 지방 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72조3000억원을 교부할 계획이다. 정부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재정교부금만으로도 각 시도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 경비를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정부 국정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며 “국가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다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 법안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에 부쳐진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오는 21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단순 교육자료로 지위를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양곡관리법·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