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뱀파이어 영화 <노스페라투>가 103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15일 개봉하는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영화 <노스페라투>는 1922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각색한 이 영화는 오늘날 대중들에게 익숙한 ‘흡혈귀’의 이미지를 최초로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로운 여인 엘렌(릴리 로즈 뎁)은 죽은 자를 불러내는 주문으로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뱀파이어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을 깨워낸다.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결혼 후 과거의 일을 모두 잊으려 애쓰지만, 밤마다 올록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부동산 회사의 인턴 직원 토마스는 낡은 저택을 거금에 사겠다는 올록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사람이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두운 성에서 토마스를 맞이한 올록은 인간이라기엔 어딘지 이상하고 섬뜩하다. 토마스는 서둘러 계약을 마무리짓고 성을 뜨려고 하지만, 자꾸 정신을 잃은 채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깨어난다. 가슴에는 마치 박쥐가 물고 간 것 같은 구멍 두 개가 뚫려 있다.
‘뱀파이어에게 매혹된 여성, 그 여성에게 집착하는 뱀파이어’라는 원작의 큰 틀 안에 현대적 설정이 더해졌다. 그동안 많은 드라큘라 캐릭터는 영화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들처럼 외형적으로 창백하고 원초적인 매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됐다. 반면 <노스페라투>의 올록은 ‘움직이는 부패한 시체’다. 듬성 듬성 남아있는 머리, 썩어 문드러진 피부는 영락없는 좀비다. 특수분장을 한 올록에게서 빌 스카스가드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엘렌의 외로움과 죄책감, 두려움이 극을 이끌어가면서 원작보다 엘렌의 서사도 늘었다. 불안으로 시들어가는 엘렌을 연기한 릴리 로즈 뎁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뱀파이어에 맞서는 폰 프란츠 교수(윌렘 다포) 역은 새로 추가된 캐릭터다.
고전의 결론을 알고 보는데도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영상미 때문이다. 에거스 감독은 빛과 어둠, 그림자를 절묘하게 활용해 아름답고도 기괴한 고딕 영화를 만들어냈다. 토마스가 어두운 숲 속 갈림길에 홀로 서 있는 장면은 그림인지 영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신비롭다. 성에서 나온 올록이 세력을 확장하는 장면은 서서히 도시를 뒤덮는 그림자로 표현됐다. 북미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개봉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호러 영화의 팬이라면 한번쯤 볼만하다. 러닝타임 13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