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내란 사태를 정쟁화하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자들 책임론을 물타기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개별 의원들은 물론 원내 지도부까지 나서서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까지 내란으로 규정하는 등 내란 사태를 진영대결 이슈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 범위에 외환죄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은 국정혼란을 틈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체성을 와해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권력에 눈이 멀어 외교·안보 정체성까지 붕괴시킨다면 이것이 바로 내란”이라고 밝혔다.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을 향해 ‘내란’이라며 역공을 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곽규택 의원은 지난 1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금은 내란 상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질문을 받은 정부 위원이 답변을 하는 게 그게 마음에 안 들어도 저렇게 답변하지 못하게 하라는 게 그게 독재고 그게 내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 위원이 질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맞다 틀린다를 말하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옛날 문화혁명 아니냐, 그게 내란이다”라고 덧붙였다.
형법 87조는 내란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 적시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내란을 민주당도 저지를 수 있는 정쟁 행위인 것처럼 양비론을 펼쳐왔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비상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탈색하고, 내란 세력 처벌 문제를 진영대결로 이슈로 전환해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는 전략이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이) 이재명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윤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이거야말로 사실상 내란 아니냐”며 “세상 모든 일은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전 국민이 합심해서 저들의 내란 행위를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4일 SNS에서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비판하며 “이것을 가능하게 길을 열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 권력 배제, 국헌 문란 목적의 헌법유린 내란 아닌가”라고 적었다. 임종득 의원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지금 민주당은 비상계엄을 빌미로 내란을 오히려 획책하고 있다”고 외쳤다.
당 일각에선 비상계엄과 내란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찬성 표결을 했던 조경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진정한 보수라고 하면 책임과 의무가 따라야 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저질렀던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이 잘했다는 말인지 그 부분부터 본인들이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