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여당·대통령 지지율 왜 오를까···보수 응답자 ‘급증’ 영향

2025.01.14 17:0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락했던 국민의힘 지지도가 계엄 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정치성향별 응답자 수를 분석해보니 계엄 전보다 보수 성향 응답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 지지도가 올라가면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는 보수 일각의 주장, ‘보수 궤멸’에 대한 공포감 등이 보수층의 적극 응답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도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오른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여당 지지도는 계엄 직전(11월4주) 32%에서 계엄 직후 27%(12월1주), 24%(12월2주·3주)로 급락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1월2주)에서는 10%포인트가 오른 34%를 기록하며 계엄 전 수치를 회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36%)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기관의 1월2주차 조사에서도 상승세가 확인됐다. NBS 조사에선 직전 조사(12월3주 26%) 대비 6%포인트 오른 32%, 리얼미터 조사에선 직전 조사(1월1주 34.4%)보다 6.4%포인트 오른 40.8%를 기록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 지지층이 계엄 전보다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점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으로 봤다.

실제 최근 조사와 직전 조사의 정치 성향별 응답자 수를 비교하면 보수 성향 응답자가 늘어난 추세가 확인된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1월2주)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는 331명, 진보 성향은 293명이었다. 직전 조사(12월3주)보다 보수 성향 응답자가 64명 늘고, 진보 성향은 64명 줄었다. NBS 조사의 1월2주 조사에는 보수 328명, 진보 291명이 각각 응했는데 직전 조사(12월3주)와 비교해보면 보수 성향이 52명 늘고, 진보 성향은 5명 늘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장을 지낸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당 지지율이 40% 나왔다고 해서 전 국민의 40%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라며 “원데이터에서 응답률을 봐야 하는데, 보수 응답률이 올라갔다면 보수층의 발언 욕구가 굉장히 올라갔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는 이유는

보수층이 계엄 전보다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탄핵심판=여론전’이라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그는 통화에서 “보수 유튜버들이 지속적으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여당 지지도가 40~50%를 넘으면 탄핵이 기각되므로 적극 조사에 응하고 집회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보수층들이 여론전의 일환으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현상이 분명히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이 ‘분열은 곧 궤멸’이라는 학습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지방선거, 대선, 총선까지 참패한 것을 들어 무조건 반성하기보다는 단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당 지지층 내에서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출신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보수가 궤멸한다는 공포감이 있다”며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잠시 이탈했던 보수층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지’ 하며 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윤 대통령 탄핵 사유 중 내란죄 삭제 논란 등 민주당의 대처가 보수 결집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전날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원내 전략이 조금 조급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뭔가 절차적으로 (보수 결집) 빌미를 주고 있는 건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통령 지지율 조사, 질문과 해석 명확해야

계엄 후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가 넘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논란 거리다.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은 윤 대통령 직무 정지 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국정 지지도) 조사 문항을 뺐다. 다만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 여론조사공정 등 일부 기관은 직무수행 평가 대신 지지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는 윤 대통령 지지도 자체로 해석하기보다 보수 지지자들의 총량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선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통령 직무수행을 평가할 게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은 양 진영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는 질문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를 물을 때도) 윤 대통령의 계엄을 지지한다는 건지, 체포영장 버티기를 지지한다는 건지 등 질문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의 윤 대통령 지지도를 직무정지 이전의 조사와 단순 비교해 ‘지지도가 올랐다’고 해석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유 원장은 “같은 문항이 아니기 때문에 연결해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설문의 편향성도 유의해야 하는 지점으로 꼽혔다. 지난 5일 공표된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조사 문항은 “윤 대통령 체포 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에 대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으로 구성돼 편향 논란이 일었다. 박 대표는 지난 6일 SBS 라디오에서 “(이 문항을 듣다가) 전화를 끊고 나가는 분들이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좀 바이어스된 사람들만 남아 통계가 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이후에는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했다. 앞선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 대통령 체포 직전에는 보수가 결집하다가 체포가 마무리되면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대치 전선이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본격화하면 윤 대통령의 계엄이 사회적으로 복기되면서 지지율 상승 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14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나무 사이로 대통령 휘장이 보인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14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나무 사이로 대통령 휘장이 보인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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