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위치 문제있다”···기존 입장 뒤집어

2025.01.14 17:11 입력 2025.01.14 19:27 수정

국회 국토위, 제주항공 참사 현안보고

“조류탐지 레이더 있었으면 경보 일찍 했을 수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첫 현안 질의가 열린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첫 현안 질의가 열린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고 지목된 무안공항 활주로 인근의 ‘콘크리트 둔덕’ 시설을 두고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문제가 없다”고 한 국토부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박 장관은 또 조류탐지시설이 있었더라면 경보를 더 일찍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두고 공항과 국토부의 관리 소홀을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다.

박 장관은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현안보고에서 “(활주로 인근의) 비상대비 지역(종단안전구역)에 위험한 시설을 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 저희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초반에 국토부에서 실무적으로 설명 자료를 낸 것은 규정의 물리적인 해석을 너무 쫓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달 3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활주로 끝에서 최소 150m’라는 기준을 넘겼기에 이 구간 바깥에 있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는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고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약 264m 떨어져 있었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서도 “어차피 세이프티 존(안전 구역)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만든 것인데, 제동력을 잃어버린 항공기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길이 10m, 20m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콘크리트 둔덕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었어야 했다는 지적에도 “사실 정상적으로는 새 규정이 만들어지면 종전 규정으로 만들어졌던 시설은 다 업그레이드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예산 등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무안공항, 조류탐지 관련 시설 ‘0개’

박 장관은 또 조류탐지 시설이 있었다면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조류탐지시설이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조류탐지) 레이더가 있었다면 8시 57분이전에 좀 더 일찍 조류충돌 경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54분 관제탑에 착륙허가 요청을 했고, 관제탑으로부터 조류충돌 주의를 들은 시각은 3분 뒤인 오전 8시57분이다.

박 장관의 답변은 결국 무안국제공항에 조류탐지 레이더만 설치돼 있었다면 여객기가 이보다 앞서 조류충돌 경고를 받고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장비부족과 부적절한 방위각시설 재질이 빚어낸 ‘인재’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무안국제공항에는 조류감지 장비, 조류탐지 전용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다. 무안공항은 설치 당시부터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검토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조류퇴치와 관련한 장비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참사 당시에도 관제사가 육안으로 조류떼를 보고 조종사에게 조류충돌 경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박 장관은 ‘블랙박스 마지막 4분 기록이 없는데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보완증거가 있느냐’는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통신기록, 레이더 항적기록, 활주로 랜딩마크, 기타 기계의 위치 등을 조회하는 방식으로 조사결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앞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단은 지난 6일 사고기의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음성기록장치)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블랙박스를 가져갔으나, 사고기가 충돌하기 직전 4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박 장관은 국내 공항 항행 안전시설에 대해 연내 개선을 마치고, 조류탐지 레이더와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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