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 간담회
“경고성 계엄은 궤변”
‘탄핵 찬성’ 보수집단이 개신교 과잉대표
“십자가의 길이 아닌 십자군의 시위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률가 아닙니까. 전직 검찰총장이고 대통령이면 법적인 집행에 쿨하게 협조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은 환율 상승 등 경제적 문제, 민생 문제, 대외 신인도 문제, 국방 문제로부터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 총무가 지난 13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총무는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가 1980년대 계엄법으로 징역을 살았다. 12·3 비상계엄 선포를 듣고 다시 감옥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엄이 해제되기 전까지 6시간 동안 굉장히 불안했다”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대해 ‘경고성 계엄’이고 피해가 없었으니 ‘평화적 계엄’이라고 했는데, 그런 언어적 유희는 궤변이라고 권 비대위원장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집행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을 세우는 길이 아니냐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김 총무는 또한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보수기독교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전국주일 연합예배’ 등 집회를 열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과잉대표되고 있는 목소리가 마치 개신교회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다. 기독교가 기득권에 적절히 편승해서 그쪽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목회가 의견조사’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이 67.2%, 반대 28.8%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 총무는 “기독교가 예수가 걸어갔던 ‘십자가의 길’이 아니라 ‘십자군’과 같이 사람의 숫자와 큰 목소리를 앞세우는 것 같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며 “생명, 정의, 평화의 가치에 입각한 교회들의 소리가 건강하게 모이고 나타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NCCK는 올해 기후정의위원회를 신설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총무는 “2025년 기후정의를 세우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며 “자연이 이제 인간을 공격해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이상 인간 중심의 생태계가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창립된 NCCK는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 단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이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