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는 고환율 속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화 약세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기댈 수 없게 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 후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 전망과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은의 진단처럼,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소비·투자를 위축시키며 한국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날렸다. 내란 책동 후 환율은 금융위기 수준인 1400원대 후반에서 고공비행 중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물가를 불안하게 만든다. 한은은 환율 1470원대 고착 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치(1.9%)를 넘겨 2.05%에 달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유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지금 경제 상황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뜻이다.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관세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중국의 제조업 굴기로 수출 경쟁력도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은 16만명에 그쳐 2023년보다 ‘반토막’이 됐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2003년 ‘카드대란’ 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렇게 일자리가 줄고 가계빚 늘고 소비는 줄면서 자영업자는 폐업에 내몰리고, 취약계층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8%조차 달성하기 힘들다. 경기·고용 침체가 발등의 불이 됐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예산 조기 집행만 되뇔 뿐 이창용 총재와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요구한 추경을 외면하고 있다. 부자감세와 건전재정에 목매 경제 활력을 저해시키다 이제는 재정 정책의 골든타임마저 놓칠 판이다. 한국 경제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되돌릴 셈인가. 최 대행은 윤석열이라는 정치·경제 불안 요소를 제거해 금리 인하 여건을 조성할 책무가 있다. 경기 회복의 마중물 삼을 대규모 추경도 하루빨리 편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