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
엑스 팡 글·그림 | 김지은 옮김
위즈덤하우스 | 56쪽 | 1만7500원
한밤중 시골 마을의 리 아저씨 집 바깥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깬 아저씨는 손전등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 “거기 누구요?”라고 소리쳤다. ‘낯선 이’ 3명이 손전등 불빛 안으로 들어왔다. 파란 피부, 핑크색 옷,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 낯선 이들은 말했다.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리 아저씨는 말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래요!” 알고 보니 이들은 타고 온 ‘차’가 망가져 부품을 구하고 있었다. 한밤중이라 문 연 가게가 없으니, 아저씨는 자기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라고 제안한다. 뜻밖의 친절에 낯선 이들은 기뻐한다.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는 조건 없는 환대와 친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리 아저씨는 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이들이 자신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여긴다. 분명한 건 그들이 곤경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리 아저씨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의로 그들을 돕는다. 낯선 이들을 맞이한 주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친절을 베푼다. 차 수리를 돕기 위해 도구를 빌려주고,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 라디오를 틀어 분위기를 밝게 한다. 낯선 이들은 주민들과 어울려 먹고 춤추고 차를 고친다.
현대 사회에선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누군가가 어떤 악의를 갖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완전히 낯선 이들을 집에 재우고 돕는다는 것은 어린이책에서나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조건 없는 친절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번져가는 책 속 풍경에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금전적 거래, 법적 계약을 넘어서는 숭고한 일이다. 어린이책은 당연하지만 왜인지 당연하지 않게 된 메시지를 새삼 알려줄 때 대단해 보일 때가 있다. 대만계 미국인인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