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소화기관 기능을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은 세포분열을 멈출 정도로 늙어버린 면역세포의 축적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해선 면역체계를 젊게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대 의대 생화학교실 박태준 교수와 박순상 연구강사, 종양혈액내과 최용원 교수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노화와 장기 기능 저하 간의 관계를 최초로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은 연령에 따라 정상적인 장기 조직 내 면역세포에서 노화세포가 나타나는 정도를 비교한 뒤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면 설사와 변비가 잦아지거나 소화불량이 생기는 등 여러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장기 조직의 노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곳곳에 노화된 세포가 축적되는 식으로 발생하는데, 이 노화 세포들이 어떤 조직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노화된 세포가 면역세포에서 더 잘 발견된다는 점을 규명했다.
특히 외부로부터 들어온 물질에 관한 정보를 기억하고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T세포가 노화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T세포가 분비하는 ‘그랜자임 A’라는 분해효소는 원래 암세포나 세균·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하는데, T세포의 노화가 진행되면 그랜자임 A는 소화기관에서 영양소·수분을 흡수하는 역할인 상피세포를 공격해 죽이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을 겪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소화기관 등의 장기에서 기능 저하가 생기는 주된 원인이 실질세포보다는 면역세포의 노화 때문이라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해선 면역체계를 젊게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면역체계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으로는 노화된 면역세포를 면역체계에서 제거하거나 아예 다시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전략 등을 제시했다.
박태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노화 과정에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노인 장기 기능 저하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용원 교수도 “항노화 치료 전략에서 ‘노화 면역세포 제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만큼 이번 연구가 항노화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