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상병 사망사건 수사단장인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변호인단이 17일 “항소심에서는 군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해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검찰이 수사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공소를 제기해 형식 요건부터 충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 대령의 변호인단과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군검찰의) 공소권 남용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의심이 든다’고 적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이들은 “1심(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군검찰의 논리가 완전히 깨지고 오히려 군검찰의 수사가 부당했다는 정황만 드러났다”며 박 대령의 즉각 복직도 요구했다.
법원은 지난 9일 항명죄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 대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수사기록의 이첩을 막을 권한도 없고, 이첩 보류 지시도 정당하지 않기에 항명죄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항소심 쟁점 중 하나는 수사외압이 있었고, 이를 군검찰이 인지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의 설명에 따르면 법원은 “군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공소권 남용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를 공소권남용으로 본다. 이 경우 법원은 공소 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김규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문은 공소권 남용 부분에 대해 거의 두 페이지 가까운 지면을 썼다”며 “여기에는 군검찰이 대통령의 격노나 여러 수사 외압 정황을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는데도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수사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군검찰이 수사외압 등 이첩 명령의 부당함을 인지했으면서도 실체를 밝히려 수사하지 않고 오히려 박 대령을 기소했다는 것이다.
정구승 변호사도 “(법원은 군검찰이) ‘피고인의 수사 절차상의 방어권 및 변론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고 판시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상관 명예훼손의 경우 피해자이며 명령의 원인이 된 지시를 내린 국방부 장관 이종섭에 대한 대면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짚었다.
하지만 공소권 남용의 증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은 검사의 공소권 남용 요건으로 ‘검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영 변호사는 “VIP(대통령) 등 윗선의 부당하고 조직적 수사 외압이 있다는 사실과 군 검사가 이런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채상병 특검법안을 통한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주희 변호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갑자기 변심하게 된 실체적 원인도 항소심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전 장관은 자신이 결재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 발표를 돌연 취소한 바 있는데, 항소심에서는 이 원인까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