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무난한 러닝화, 근력운동엔 안 맞아

2025.01.18 06:00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운동을 시작할 때 제일 신경 써서 마련해야 하는 용품은 뭐가 있을까? 답은 종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중적인 달리기나 걷기, 헬스장에서의 근력운동 정도로 한정한다면 단연 신발이다. 목 늘어난 셔츠에 값싼 반바지 입는다고 운동의 질이 확 떨어지지는 않지만 신발은 다르다. 잘못 고른 신발은 관절에 부담을 주기도 하고, 자세를 망가뜨리거나 제대로 능력을 못 내게 할 수 있다. 그러니 옷은 대충 입을지언정 신발은 경제사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적합하고 좋은 것을 사는 게 좋다.

앞서 말한 대부분의 생활체육에서 초보 시기에는 대개 ‘러닝화’ 하나면 된다. 러닝화는 ‘러닝’ 즉 조깅이나 마라톤에 최적화된 신발이지만 그 외에도 충격 흡수와 통기, 관절보호, 미끄럼 방지 등 일상적인 면에서 두루 장점을 갖췄다. 걷기나 둘레길 산책, 댄스 같은 생활체육, 가벼운 근력운동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투자 대비 효용이 좋다. 어르신들은 등산화를 운동화로 신는 모습도 자주 보이는데, 험한 산이 아닌 이상 무겁고 단단한 등산화는 좋지 않다.

러닝화를 고를 때는 ‘쿠션’과 ‘안정성’을 봐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쿠션이 좋을수록 안정성은 떨어지고, 안정성이 좋으면 푹신한 느낌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안정화와 쿠션화로 나누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여러 특성을 두루 만족하는 신소재가 등장하며 두꺼운 신발창에 쿠션과 안정성이 모두 강화된 ‘맥시멀’ 슈즈들이 주류를 차지해 이 구분도 좀 애매해졌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러닝화를 어떻게 고를까? 보통 걷기 위주라면 뒤꿈치 쪽 쿠션이 강조된 신발을, 달리기 위주라면 쿠션이 앞뒤 전반적으로 분포된 신발을 추천한다. 쿠션을 고를 때 신자마자 푹 들어가는 소위 ‘물쿠션’ 신발은 처음에만 좋지 오래 신으면 발이 피로해지니 주의하자.

신을 때는 탄탄하고, 바닥을 디딜 때 탄력 있게 충격을 되받아주는 신발이 운동에는 더 좋다. 가벼울수록 당연히 좋지만 가벼운 무게는 다른 기능을 희생한 결과인 때가 많으니 결국은 중간 타협점이 문제가 된다.

러닝화는 다 접어두고 일단 내 발에 맞아야 한다. 사람마다 발 모양이나 발디딤이 제각이라 제아무리 비싼 신발도 내게 안 맞으면 끝이다. 처음 사는 브랜드와 라인의 신발은 최소 한 번은 실제 신어봐야 한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고가 러닝화 중에는 탄소섬유 보강재가 들어간 ‘카본화’나 대회용 레이싱화도 있는데, 몸이 가볍고 단련된 선수용이라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맞지 않고 부상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전문 매장에서 ‘입문용 러닝화’를 추천받거나, 온라인 검색을 해보는 게 낫다.

그런데 러닝화를 피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근력운동, 그중에서도 높은 중량을 써서 운동할 때다. 가벼운 무게를 다루는 초보 시기에는 러닝화도 무난하지만 중량이 높아지면 러닝화의 곡선 바닥과 쿠션이 중심을 불안정하게 한다. 특히 스쾃이나 런지 같은 하체 근력운동에서 쿠션 좋은 러닝화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무게를 써서 근력운동을 한다면 바닥이 평평하고 단단한 신발이 좋다. 상급자들은 역도화나 크로스핏화를 신기도 하고, 때로는 배구화나 테니스화를 신기도 한다. 그런데 따로 사지 않아도 안 신고 처박아둔 신발 중 괜찮은 후보가 있을 수도 있다. 바로 스니커즈로 불리는 캔버스화인데, 생긴 건 운동화 같지 않지만 바닥이 평평하고 안정적이라 근력운동 마니아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자주 신는다. 그러니 일단 신발장을 열어 주인 눈 밖에서 울고 있는 캔버스화가 있는지부터 찾아보자.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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