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현직 대통령 구속심사…윤석열·공수처 어떻게 싸우나

2025.01.18 15:40 입력 2025.01.18 16:01 수정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직접 출석했다. 영장심사에선 비상계엄이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는 통치행위인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불법 지시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정해진다.

윤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차은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량을 타고 경호처의 호위를 받으며 법정에 출석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될 당시 입었던 정장 차림으로 출석해 법정 중앙에 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측에선 주임검사인 차정현 수사4부장을 비롯한 검사 5~6명이, 윤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윤갑근·송해은·석동현·차기환·배진한·이동찬·김계리 변호사 8명이 출석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향후 형사재판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가 성립할지 가늠할 시금석이기에 치열한 법리 다툼이 전망된다. 구속영장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전제로 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 권능을 마비시킬 폭동을 일으켰다고 본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담화문(12·12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판단하려면 윤 대통령이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는지, 선관위를 점거하고 직원을 감금해 서버를 반출하라고 지시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공수처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했지만 윤 대통령이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고 피의자신문조서 서명·날인도 거부하면서 유의미한 진술 확보에 실패했다. 공수처는 검찰이 군·경 지휘부를 수사한 기록을 토대로 윤 대통령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불법 지시에 대한 진술과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라고 지시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는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측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통해 군 병력으로 선관위를 점거해 서버를 확보하려 한 혐의도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 호송차량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 호송차량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의 패악을 알리는 경고성 계엄이었다”며 국회의원 체포, 선관위 장악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윤 대통령은 12·12 담화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 국방장관에겐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국무위원·검사를 탄핵소추하고 예산안 단독 처리를 시도하면서 국정이 마비된 ‘국가비상사태’였기에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된다는 주장도 편다.

구속영장은 피의자의 혐의 소명을 전제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를 동원해 조사에 불응하고 체포를 저지한 만큼 형사사법절차 집행을 방해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미 검경 수사가 상당 수준 진행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현직 대통령 신분인 데다 출국금지돼 도주 우려도 없다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18일 밤이나 19일 새벽에 결정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 현직 신분으로 구속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는다. 향후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검찰에 이첩하고,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 기소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다만 윤 대통령이 체포처럼 구속에 대해서도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가능성은 있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석방되고 공수처 수사에는 급제동이 걸린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로 돌아가 경호처의 호위를 받으며 남은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이첩할 수 있다. 검찰도 사건을 넘겨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1·2차 체포영장 집행에서 공수처가 경험했던 경호처와의 충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가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가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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