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하청노동자 백혈병, 항소심서도 산재 인정

2025.01.19 09:00 입력 2025.01.19 10:44 수정

2017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에서 배출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2017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에서 배출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북 봉화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 노동자의 급성 백혈병이 항소심에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16일 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진씨는 2009년 12월부터 6년 9개월간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에서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용액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프레스 관리 업무 등을 맡았다. 주식회사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는 연간 최대 40만t의 아연괴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 비철금속 제련소다.

진씨는 2017년 3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6월 ‘진씨가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법령상 기준보다 낮다’는 역학조사를 이유로 산재 불승인을 통보했다. 이에 진씨는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근로복지공단 판정을 뒤집고 진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노동자가 이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석포제련소가 진씨가 근무하던 2014년 10월 유해물질 배출을 위한 국소배기장치의 풍속이 기준에 미달하는 등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미흡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점, 제련소 임원진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측정값을 상습적으로 조작해 실형을 받은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은 진씨가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낮았다고 쉽사리 평가할 수 없는 하나의 정황”이라고 밝혔다.

2심 법원은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하는 사유는 1심에서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1·2심에서 제출된 증거를 공단 주장과 함께 다시 살펴보더라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진씨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지담 임자운 변호사는 “석포제련소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위를 꾸리고 싸워온 활동가들이 있다”며 “법원은 이들이 공론화한 뒤 문제로 확인된 내용도 진씨 업무환경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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