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입·폭력에
법원 건물 안팎 난장판
극우 시위에 완전 통제
인근 주민들 불안 호소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벌어진 서부지법과 인근 상황은 그야말로 전쟁이 벌어진 직후의 폐허를 방불케 했다. 법원 건물 내외부 벽면은 수마를 맞은 듯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출입문과 집기류들은 산산조각나 있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의 시위는 계속 이어져 경찰 경비는 더 삼엄해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걱정어린 표정으로 불안해하며 현장을 바라보거나 피해갔다.
난입·폭력 사태가 있은 직후인 19일 서부지법 안팎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일부 부서진 잔해들을 치우긴 했지만 간밤에 벌어진 폭동의 흔적은 법원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었다. 인근 길거리도 시위대의 흔적으로 난장판이 돼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컵라면 쓰레기, 손팻말 조각들과 쓰고 버린 핫팩 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법원 앞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는 꽉 찬 쓰레기봉투에 채 담기지 못한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인근 상가 건물들은 시위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대걸레 등으로 입구를 막아뒀다.
경찰 경비는 일반인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강화됐다. 정문 앞은 방패를 든 경찰 수십명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기동대 차량과 미니버스 수십대가 서부지법·서부지검 청사를 둘러쌌다. 청사 내부에도 차벽이 설치되면서 이중·삼중의 차단벽이 세워졌다. 경찰은 현장 보존과 증거수집을 위해 청사 진입은 물론 법원 정문 앞 도보 통행까지 완전 통제했다.
이날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는 계속됐다. 오전 10시쯤 지지자 40여명은 서부지법에서 약 80m 떨어진 공덕 소공원 앞에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내란수괴는 이재명 아니냐”고 외쳤다. 한 중년 여성은 구호를 외치며 오열했다. 일부는 밤을 샌 듯 은박 담요를 덮고 핫팩 방석을 깔고 앉아있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A씨는 “전날부터 와서 밤을 새우고 계속 있는데 사람이 부족한 것 같아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해 죽겠다, 윤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 있냐”고 말했다.
오후가 되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 다수가 합류했다. 이들은 오후 1시쯤부터 “부정선거 구속”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을 외치며 법원에서 애오개역 방면으로 행진했다. 손팻말 일부에는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얼굴과 함께 ‘불법판사 차은경’이란 문구가 쓰여있었다.
격앙된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과 취재진을 위협하기도 했다. 통행을 막는 경찰에게 “주민인데 왜 못 지나가게 하냐, 공산당이냐”고 외쳤다. 한 지지자는 취재진을 향해 “어느 나라 사람이냐,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물으며 시비를 걸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런 행동을 하는 시위대를 보고 우려를 표했다. 배인선씨(50)는 “간밤에는 아파트 복도만 나가도 소리가 들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차량으로 통행로가 막혀있어 돌아가야 하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던 주민 장모씨(38)는 “시위대가 밤에는 부부젤라를 불고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걱정 뿐”이라고 말했다. 이모씨(59)는 “법치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법원 쪽으로 딸이 지나간다고 하면 무조건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출근길을 바꿨다고 말한 B씨는 “폭력 사태로 인한 불똥이 번질 수 있겠다 싶어서 다른 정류장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