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그의 독해진 공식 얼굴사진이 암시하듯, 트럼프 2기는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세계 질서를 바꿀 주요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행히도 한국은 대통령 윤석열이 초래한 지도부 공백 상태로 ‘트럼프 2.0’을 맞게 됐다.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 중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는 이미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을 10배 가까이 올릴 거라고 공언했다. 주한미군 감축, 한·미 군사훈련 축소 위협도 할 것이다. 주한미군 역할을 북한 위협 대응에서 대중국용으로 조정하는 구상과 병행하며 한국을 대중국 견제의 최첨병으로 내몰 수 있다. 한국을 배제한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도 도전 요인이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1기 때보다 늘어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으며 보편적 관세 부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철회로 괴롭힐 수도 있다. 이 모든 변화에 한국은 잘 대응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차기 대선 때까지는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탄핵심판을 신속히 마무리 짓고 리더십 부재 상태를 끝내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여야와 정부가 대외정책만큼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 대통령 권한대행, 여야 지도부가 자주 만나길 바란다. 장기적 논의도 필요하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제안했듯이, ‘미국 없는 한반도’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상정한 동북아의 새로운 다자안보 구조 만들기도 토론해 볼 만하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말한 수출주도형 국가 경제 모델에서 내수 확대로 옮겨가는 것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0이 ‘저주’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결국 이 공동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