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다시 열린 서부지법…난입·폭력 사태 상흔 곳곳에

2025.01.20 15:17 입력 2025.01.20 15:55 수정

작업자들이 20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난동으로 파손된 부분을 보수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작업자들이 20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난동으로 파손된 부분을 보수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벌어진 다음 날인 20일 서부지법은 사법 업무를 본 궤도로 올리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각 재판정에서 예정대로 재판이 열렸고, 민원 사무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난입·폭력 사태의 상흔은 법원 안팎에 여전했다.

이날 오전 8시 찾아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은 전날 벌어진 난입·폭력 사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법원 청사 좌측 외벽은 파손된 상태였고,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이라고 적힌 간판은 뜯긴 채 한구석에 기대어 놓여 있었다. 경찰은 청사 후문에 3중으로 울타리를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법원 주변의 경찰 경비는 삼엄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은 “(출입통제는) 범죄 현장 보존을 위해 법원 공보과에서 요청한 것”이라며 “법원과 검찰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출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까지는 법원 관계자만 출입을 허락했고, 오전 9시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출입은 철저한 통제하에 이뤄졌다. 법원 직원도, 시민도 청사 밖에서 경찰의 신분 확인을 거친 뒤 청사에 들어왔다. 경찰은 출입자의 신체를 휴대용금속탐지기로 수색하고, 가방 등 소지품도 엑스레이 탐지기를 거치게 했다. 법정 방청객도 신분증 검사를 거친 뒤 청사에 입장했다. 서부지법은 이날 오후 3시 이후 취재 목적의 청사 출입도 제한하기로 했다.

법원 안에서도 난동의 흔적은 허다했다. 시위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갔던 법원 1층 방재센터 쪽에는 파손된 장비들이 놓여있었다. 벽에 붙었던 ‘당직실’ 표지판은 하얀 소방 분말이 묻은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우봉 조재호 서예가의 작품 ‘채근담구’도 구멍이 뚫린 채 방치돼 있었다. 파손된 모니터를 대체할 새 모니터 상자가 구석에 쌓여있었고, 깨진 창문에는 파란색 폴리프로필렌(PP) 박스가 덧대져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법원에서도 재판은 진행됐다. 판사들은 법원 상황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이날 오전 10시 서부지법에서 진행된 한 재판에서는 판사가 법정에 들어온 변호사에게 “(법원에) 출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느냐”고 묻자 변호사는 “네, 신분증을 보여드렸다”고 답했다.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는 시민이 20일 오전 9시쯤 경찰에게 신분증을 내보이고 출입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는 시민이 20일 오전 9시쯤 경찰에게 신분증을 내보이고 출입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폭력 사태의 여파는 법원 밖까지 미쳤다. 시위대가 머물던 법원 뒤편의 한 상점 현수막은 부서진 채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법원 뒤편의 ‘공덕 1구역 재건축 단지’ 공사를 위한 철제 벽도 군데군데 파손됐다. 재건축 시공사 관계자들은 사진을 찍으며 피해액을 추산하고 있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현장 피해 상황에 확인되는대로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시민들도 폭력 사태의 피해를 일상에서 겪고 있었다. 아현시장과 공덕시장에서 장을 보기 위해 서부지법 앞을 오간다는 염리동 주민 허모씨(63)는 “어제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니 사람들이 달려들어 ‘간첩’이라면서 욕을 해댔다”며 “어젠 해코지 당할까봐 움직이지 못했는데, 오늘은 경찰이 길을 막아 빙 돌아가야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서울서부지법의 간판이 20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후문에 기대어져 있다.  오동욱 기자

서울서부지법의 간판이 20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후문에 기대어져 있다. 오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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