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살 수 있는 환경 만들려면

2025.01.20 21:20 입력 2025.01.20 21:22 수정

지난 8일 경북 구미 지산샛강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겨울철새인 큰고니 한 개체가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7일 지산샛강 인근 농수로에서 전선 충돌 사고로 척추·다리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큰고니 한 개체가 발견됐다. 이 큰고니는 한 민간단체에 구조됐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동물병원에 갈 수 없으니 내버려두라’는 구미시청 측 지시로 강에 다시 던져졌고, 결국 폐사하고 말았다.

언뜻 해프닝처럼 보이는 이 큰고니 사망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신주 사이 전선이 조류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비행 경로에 놓인 전선을 미쳐 보지 못한 조류들이 고속으로 전깃줄에 충돌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운 좋게 사람 눈에 띄어 구조된 뒤 치료를 받고 방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부상을 입은 채 목숨을 잃게 된다. 실제 큰고니 월동지인 지산샛강에서는 구조됐다가 어이없이 다시 방사되면서 폐사한 개체를 포함해 지난 7일부터 17일 사이에만 4개체가 사고를 당했다. 이 가운데 구조 후 건강을 되찾아 방사된 개체는 하나뿐으로 나머지 3개체는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어느 관광지에서건 전선이 늘어서 있어 풍경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오는 탓에 ‘전국 어디나 전선뷰’라는 푸념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에서 짐작 가능하듯 지산샛강 주변에도 다수의 전선이 깔려 있다.

흔히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는 과거 낙동강 본류와 지류, 하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월동했다. 하지만 낙동강하굿둑과 명지대교 등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대교 건립을 위한 갯벌 매립,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현재 다수 서식지가 파괴된 상태다. 지금도 부산시는 낙동강 내 큰고니 월동지를 파괴하고 대교를 지으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특히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인 낙동강 하구 백조의 호수와 하늘연못 일대는 시가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단 지적이 나오는 곳이다.

한반도 하천 곳곳에 설치된 채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 하굿둑, 대교, 4대강 보 등을 단기간에 철거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거대 인공구조물들과 달리 전신주와 전선으로 인한 충돌 사고는 지자체나 한국전력 등의 의지만 있다면 단기간에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전선을 지중화하거나 전선에 조류가 알아볼 수 있는 표지를 다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두루미·재두루미 등의 충돌 방지를 위해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전선에 부착된 노란색 경고표지나 독수리 감전 사고를 막으려 경기 파주의 전선에 설치된 피복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앞서 2009년 전남 순천시에서는 흑두루미의 전선 충돌을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전봇대를 없애는 작업을 벌인 바 있다. 전봇대 282개를 뽑고, 논에 먹이를 남겨두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100여마리 수준이던 흑두루미 수가 7000마리 넘게 늘어났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다행히 구미시에서도 지산샛강과 큰고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큰고니와 공생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구미시를 포함해 멸종위기 철새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고 있는 지자체들 다수에서 ‘철새에게 친절한 행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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