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윤석열’ 여전히 위험하다

2025.01.20 21:20 입력 2025.01.20 21:23 수정

구속됐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위험한 대통령이다. 비루하게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버티던 윤석열이 구속된 날, 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윤석열 지지자들에 의해 처참히 유린됐다.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법원 테러는 법치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중대범죄다. 법원 폭동 사태는 사실상 윤석열이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치를 부정하고 사법체계를 무시하며 “함께 싸우자”고 그의 ‘애국시민’을 선동해온 결과다. 내란죄 수사를 벌이는 공수처와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을 ‘좌파 사법 카르텔’로 악마화해 극렬 지지층의 좌표가 되게 한 게 윤석열이다. 윤석열로부터 발화한 극우 세력의 준동은 공동체를 향한 ‘폭력’이라는 가장 해악적인 행태로 표출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내란죄 재판 과정에서 재현될 수 있다. 윤석열은 여전히 공화국의 최대 위험이다.

‘전형적인 확신범’인 윤석열은 구속되었다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낼 리 만무하다. 당장에 구속된 다음에도 공수처의 수사에 불응하며 “끝까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앙앙했다. 여전히 사법 불복을 획책하는 것이다. 사실 윤석열이 모든 수사, 사법 절차를 거부하며 버티는 건 법리 다툼을 위해서라기보다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다. 마치 ‘자유민주주의 순교자’로 스스로를 극화시켜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과 변호인단을 통해 선동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내놓은 선동 메시지는 “불법 수사” “반국가세력 척결” “함께 싸우자” “부정선거”로 요약된다. 부정선거를 믿느냐, 안 믿느냐가 합리적 보수와 극우를 경계짓는 잣대가 된 지 오래다.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석열 대리인단은 득 될 게 없는 ‘부정선거’를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아스팔트 우파, 극우 세력은 이에 열광한다. 윤석열이 체포 당시 내놓은 장문의 육필 편지도 망상에 가까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데 상당 부분이 할애됐다. 그가 ‘부정선거’를 맹신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우 세력과 스크럼을 짜기 위한 포석이다. 윤석열-국민의힘 주류-극우 유튜브-태극기 부대로 이어지는 ‘극우 카르텔’이 공화국의 적이 되고 있다.

윤석열은 “의도한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까 고심하고 있다”(석동현 변호사)고 한다. 물리력으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려는 비상계엄도 실패했는데, 무슨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일까. 그에게는 ‘반국가세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을 막는 것이 그 목적이다.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관저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여당 지지율 많이 올랐다. 정권재창출 부탁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현성과는 별개로 정권재창출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변화없는 ‘이대로’ 친윤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면, 확신범인 윤석열은 이를 비상계엄을 인정받은 걸로 간주할 것이다. 윤석열이 구속된 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2·3 비상계엄이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선거뿐이다. 개인적으로도 정권재창출이 구명줄이다. 내란 수괴는 최소형이 무기징역이다. 윤석열에게는 조기 대선-국민의힘 승리-사면복권만이 감옥에 오래 안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내란 우두머리의 말로가 그렇게 가면 안 된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획책해 보수를 폭망 지경으로 내몬 윤석열이 그로 인해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친윤 국민의힘의 정권재창출을 기대한다는 게 초현실적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여론 지형이 그를 고무시켰을 것이다. 어제 리얼미터 정기조사에선 정권 연장(48%)과 정권 교체(46%)가 팽팽했다. 한국갤럽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지지자들을 향한 여론전이 보수층을 뭉치게 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은 여기에 더 고무됐을 테다. 본격화할 그의 ‘옥중 정치’는 극우 세력을 준동시켜 나라를 더 크게 분열시키고 진영 간 적대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내달릴 것이다.

현재로선 ‘내란 우두머리 배출 정당’의 원죄를 씻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정권재창출은 무망해 보인다. 다만 위험한 ‘윤석열’로 인해 다가올 대선이 증오와 원한, 극대화된 적대가 사실상 내전 상태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그게 더 문제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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