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돼 ‘수인번호 0010’을 부여받고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수용복을 벗고 정장차림으로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출석했다.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한 지 사흘 만이다.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용 승합차는 이날 낮 12시48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빠져나왔다. 대통령 경호차량이 호송차 주변을 에워싸 경호하며 이동했다. 호송차량은 오후 1시10분쯤 서울 종로구 헌재에 도착했다. 차량 행렬이 헌재 지하주차장으로 곧장 들어갔기 때문에 외부에선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서 의견을 표명할지 관심이 쏠렸으나 인파가 몰릴 것 등을 우려해서인지 지하주차장을 통해 대심판정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시58분 탄핵심판 사건 변론이 진행되는 대심판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네이비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머리는 대통령이 된 이후 줄곧 유지하고 있는 2 대 8 가르마에 앞머리를 뒤로 넘긴 스타일을 유지했다. 지난 15일 체포된 직후 공개된 대국민 담화 영상보다 살이 조금 빠진 모습이었다.
대심판정 오른쪽 피청구인 측에 앉은 윤 대통령은 오후 2시 변론이 시작되기 전 사진촬영이 이뤄지자 살짝 미소를 머금은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바로 옆 도태우 변호사에게 귀엣말을 하자 도 변호사는 윤 대통령 쪽으로 몸을 낮춰 끄덕였다.
윤 대통령은 대리인단이 변론할 때 별다른 표정 없이 가만히 들었다. 차 변호사가 “비상계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을 비판하자 살짝 이를 앙다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도 변호사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변론을 할 때엔 크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지적할 때는 대리인단에 눈길을 주지 않고 국회 측이 띄운 스크린만 봤다. 도 변호사가 발언 도중 숫자를 잘못 말하자 그의 팔을 툭 치고 숫자 ‘3’을 말하는 듯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수정하게 했다.
국회 측이 계엄군의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입 영상을 틀자 영상을 본 뒤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을) 잘 봤다”며 “그런데 아까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며 ‘경고 차원의 비상계엄이었다’는 기존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 공관 인근에 서있던 계엄군 모습에 대해서도 “마치 체포할 것처럼 (얘기)하던데, 아마 퇴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영상인) 것 같다”고 맞받았다.
윤 대통령은 국회 측 장순옥 변호사가 앞으로 진행될 증인신문에서 윤 대통령이 출석하면 증인들이 진술하기 어려우니 “가림막을 설치해 달라”고 헌재에 요청하자 어이없다는 듯 몸통을 뒤로 젖히며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변론은 1시간40여분 지난 오후 3시43분에 마쳤다. 제복을 입은 교정본부 직원 2명과 경호처 추정 인원 3명이 문 앞에서 대기했고, 김성훈 경호차장이 직접 피청구인 좌석까지 올라가 윤 대통령을 데리고 퇴정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을 마친 뒤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