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의 ‘극우향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경 보수 유튜브를 띄우고, 지지자들에게 공권력에 맞서 싸우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 보수 진영의 우경화를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의 여론전 기조는 강경 보수 유튜브를 현 상황을 바라보는 창으로 띄우면서 지지자들에게 ‘항전’을 부추기는 것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를 앞두고 자신이 보수 유튜브를 적극 시청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체포 전 관저를 찾은 여당 의원들에게도 탄핵 반대 집회를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고 있다면서 ‘레거시 미디어’보다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성 언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신이 깔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윤 대통령에게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전화를 해서 여론이 좋지 않다고 얘기하니 ‘너도 조·중·동, TV조선만 보지 말고 OOOTV(우파 유튜브 채널)를 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보수 유튜버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그간 제도권 정치의 주변부에 머물던 강경 보수층의 존재감은 강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들이 주도하는 집회에 지속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강경 보수층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요건 중 하나로 든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도 그간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주장한 ‘부정선거 음모론’과 닿아있다는 분석이 많다.
윤 대통령은 내용 면에서도 강경 보수층에 사실상 공권력에 대한 ‘항전’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지지자에게 보낸 편지에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고 적었다. 지난 15일에는 공수처 수사와 법원의 영장 발부 모두 불법이라며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더 노골적으로 무력 사용을 부추겼다.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일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 집회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이 전쟁에서 여러분이 전사”라며 “시민들이 저항을 해도 공무집행방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 체포 당시에는 “시민들이 (체포된) 대통령 차량이 나가는 걸 막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고 했고, 지난 17일에는 서울구치소 앞 집회 무대에서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국민이 공수처 등에 맞서) 저항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1차 체포영장 집행 전날이던 지난 2일 “경찰기동대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윤 대총령 측의 이같은 행태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 상황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여론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한 친윤석열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30%만 되더라도 헌재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결집 현상이 일어나면서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과의 동조화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에게 “반이재명 정서와 윤 대통령 탄핵이 맞물리면서 튀는 여론조사들이 나오고 있다”며 “일부 의원들은 관저 앞 집회에 갔다와서도 ‘이게 맞아?’라고 의문을 던지는 상황이다. 의원들도 혼란스러워하면서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