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소일거리’ 맡겼더니 쏟아지는 함박웃음…충북도 ‘일하는 밥퍼’ 사업 호응

2025.01.22 11:31

??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 종합시장 인근 ‘일하는 밥퍼’ 사업장에서 노인들이 마늘을 손질하고 있다. 이삭 기자.

??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 종합시장 인근 ‘일하는 밥퍼’ 사업장에서 노인들이 마늘을 손질하고 있다. 이삭 기자.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한데 여기서는 마늘 손질하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니까 즐겁지”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 종합시장 인근 ‘일하는 밥퍼’ 사업장에서 만난 정희화 할머니(76)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하는 밥퍼는 충북도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사업이다. 60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에 일거리를 주고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에게 사회참여를 유도하고 경제적·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종의 봉사활동인 셈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은 하루 최대 3시간을 일하고 1만5000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받는다.

밥퍼 사업장은 활기가 넘쳤다. 알싸한 마늘향이 가득 찬 165㎡ 크기의 작업장에는 60~90대 노인 70여명이 모여 테이블 위에 한가득 쌓여있는 깐 마늘을 손질하고 있었다. 썩은 마늘은 버리고, 마늘 꼭지를 따 소쿠리에 넣는 작업이다. 하루 400㎏ 마늘을 손질하는 게 노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들은 마늘을 다듬으며 한 테이블에 앉은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손질된 마늘은 가공 공장으로 향해 다진 마늘 등 다양한 식자재로 탄생한다.

정 할머니는 “한평생 충주에서 농사를 짓다가 허리를 다쳐 지난해 3월 아들이 있는 청주에 아파트를 구해 이사를 왔다”며 “집에 혼자 있으면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어서 우울하고 잠도 안 왔었는데 ‘일하는 밥퍼’ 사업에 참여하고부터는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며 웃었다. 이어 “이곳에 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일하는 밥퍼 사업장은 노인들의 직장”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가 민간봉사단체 등과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밥퍼’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일하는 밥퍼는 육거리시장에서 시업사업으로 처음 시작했다. 육거리시장의 일하는 밥퍼 작업장 대표는 소윤호 육거리시장 상인회장(63)이 맡았다. 소 회장은 “청주지역 노인들이 육거리시장에 모여 시간을 때워왔다”며 “노인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주면 시장 활성화와 경제적·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월 50만 원의 작업장을 빌려 충북도와 시범사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 종합시장 인근 ‘일하는 밥퍼’ 사업장에서 노인들이 마늘을 손질하고 있다. 이삭 기자.

??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 종합시장 인근 ‘일하는 밥퍼’ 사업장에서 노인들이 마늘을 손질하고 있다. 이삭 기자.

봉사활동에 참여한 노인들은 공산품 조립, 마늘 꼭지 따기, 쪽파 다듬기, 도라지·더덕 벗기기, 통마늘 까기 등 단순 작업을 진행하고 1만5000원을 받는다. 이 금액은 충북도가 협약을 통해 확보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의 후원금과 일을 맡긴 상인·기업 등이 합쳐 지급한다.

육거리시장에서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같은 달 청주 사창시장과 두꺼비시장 등으로 이어졌고 현재 도내 전통시장과 경로당, 교회, 자원봉사센터 등 55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참여 인원은 1만명이 넘는다.

충북도는 올해 이 사업을 확대해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돕기로 했다. 지난해 하루 500명이었던 참여 인원을 올해 1000명으로 늘린다. 서울과 경북 등 다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의 반응도 좋다. 이 사업에 참여한 신정자 할머니(83)는 “집에서 외롭게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사업장을 찾아 노인들과 일을 하니 힘도 나고 재미있다”며 “일을 하고 받은 돈으로 육거리 시장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사다 먹는다. 인생이 즐거워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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