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새해 첫날, 부당한 고용 문제로 7년간 근무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쪼개기 계약’에 항의하며 지난 1일 숨진 창원컨벤션센터(CECO·세코) 경비노동자 김호동씨의 딸 김모씨(21)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22일 오전, 김호동씨에게 3개월 쪼개기 계약을 요구한 용역업체 SWM 본사 앞에서 유족과 정의당이 연 기자회견이었다. 경남 창원 세코 앞에서 6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전날 밤 서울에 왔다.
“누군가는 단편적인 얘기만 보고 ‘저런 일로 죽는 건 나약하다’ ‘원래 비정규직의 삶이 그런 거다’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김씨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의 강인함을 알기에, 스스로 목을 매는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심적인 고통을 겪었을지 가늠해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김호동씨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세코 하역주차장 인근에서 ‘3개월짜리 시한부 고용 승계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018년 9월부터 세코 경비 용역업체에서 일한 김호동씨는 2021년부터 3~6개월 쪼개기 계약을 맺으며 살아 왔다.
지난해 경남관광재단이 세코 위탁운영을 맡게 되면서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세코는 용역업체와 1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보호지침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고 용역계약 기간 중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새 용역업체인 SWM는 이 지침에 따르지 않으며 일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김호동씨 등이 항의하자 SWM는 우선 3개월 근로계약만 맺기로 했다. SWM 부장은 김씨와 통화하면서 “경남도 주무관이 전화 와서 자기가 책임질 테니 (김씨) 3개월 일하게 해달라 해서 생각을 달리했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는 거다. 둥글둥글하게 살자”고 했다.
딸 김씨는 “일이 일어난 후 거의 3주가 지났는데 경남도도, 재단도, 용역업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유족의 모든 삶을 보장하라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최소한의 도리와 책임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저희도 삶으로 복귀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살아갈 수가 있다”고 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의 취지대로라면 김호동씨는 더 두텁게 보호를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쪼개기 계약이 시작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장한돌 노무사는 “경비직은 시설관리 및 인원경비 등의 연속성 및 전문성에 있어 절대 단순노무로 볼 수 없는 직무이며, 용역계약 기간도 최소 1년 이상”이라며 “세코 경비직도 초단기 계약에 적합한 직무가 아니다”라고 했다.
엄정애 정의당 부대표는 “SWM은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