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당시 변호사 선임 여부 기억 안 나”
변호인 “불법 체포·구금 자세히 살펴야”
61년 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옥살이를 한 여성의 재심 청구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22일 부산고법에서 열렸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최말자씨(78)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처럼 (최씨가 수사기관에) 체포·구금된 부분을 자세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대법원이 재심 청구인 진술 그 자체가 재심 이유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 신빙성이 크다고 보고 파기환송한 만큼 재심 개시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재심 청구인인 최씨는 “1964년 7월 초 아버지랑 검찰청에 가서 죄수복을 입고 조그만 방에서 조사받았고, 교도소에서 총 6개월 12일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아버지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불법 체포, 감금 부분”이라며 변호인 측에 추가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내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씨(당시 21세)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조사 첫날 최씨가 노씨에 상해를 입혔다며 구속했다. 검찰은 노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고,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노씨는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최씨는 2021년 ‘원판결에 오류가 없다’고 본 부산지법, 부산고법의 기각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