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 주최 행사에서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사태를 벌인 이들을 ‘애국청년’으로 옹호하고, 연맹이 반공청년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초유의 법원 소요 사태를 배후에서 선동한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법정단체의 행사에서 극우 주장이 되풀이 된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남산 자유센터 내 이승만 동상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 행사에서 이석복 예비역 육군 소장은 “소위 우파 언론들마저 (대통령을) 반란 수괴라고 선동하고 있다”면서 “이제 자유총연맹이 전설적인 건국초 반공청년단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고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로, 이 행사는 연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의결 이후 기획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늦게 깨달은 이삼십대 애국청년 수만 명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고, 서부지법 앞에서도 대통령 석방을 외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언론과 공수처 검사, 영장판사나 헌법재판관에게도 애국 시민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옛 반공청년단을 기리며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반공청년단은 현대사에 여러차례 등장한 극우 청년단체로 1946년 결성된 서북청년회가 대표적이다. 1960년 자유당이 조직한 ‘대한반공청년단’은 선거전위대로 활동하며, 테러행위를 일삼았다. 4·19의거를 촉발한 3·15 부정선거의 행동대였던 셈이다.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부활’을 알린 반공청년단은 예하에 전두환 정권 시절 악명을 떨친 ‘백골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남광규 국민대학교 특임교수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두고 “자유와 헌법을 비롯한 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우리의 몸부림”이라면서 “대통령이 계엄을 왜 했을까 어리둥절했는데, 대한민국의 현 실상을 보니 이건 계엄이 아니라 국민 계몽”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휴 자유총연맹 헌법수호분과위원장은 “부정선거 카르텔로 연결된 중국 공산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법부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무지몽매한 국민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승리의 길은 부정선거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명백하다”고도 했다.
자유총연맹은 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행정안전부 관리감독을 받는 법정단체이다. 올해도 국가보조금 1억8000만원을 비롯해 지자체별로 많게는 수천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법정단체의 행사장이 극우 세력의 성토장이 된 것에 대해 진태원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는 “또 탄핵을 당하면 보수전체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전광훈을 비롯한 개신교 극우세력과 극우 유튜버, 자유총연맹을 비롯한 넓은 의미의 뉴라이트 세력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자총 관계자는 2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행사 취지는 헌정 질서와 법치의 완전한 회복, 헌재와 법원의 재판 결과를 따라야 함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면서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발언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연사의 돌발발언까진 막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사 중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가 개인 의견은 자유총연맹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 총재 역시 이날 행사에서 “탄핵 소추된 대통령을 다시 내란죄로 체포·구속하는 모습이 대한민국 국격을 위해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개탄스럽다”면서 수사에 응하지 않고, 법원의 영장을 무시한 대통령의 행동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