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이 초갑”이라는 윤석열, 입틀막 정권이 할 소린가

2025.01.22 18:35

대통령 윤석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윤석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수괴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언론을 두고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超甲)”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의 거짓과 궤변이야 새삼스럽지 않지만, 임기 내내 언론을 무시하며 ‘불통 정권’으로 군림하고선 스스로를 ‘을(乙)’로 매김하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니 어이가 없다. 오죽하면 ‘입틀막 정권’ 비판까지 들었겠는가. 비판 언론을 적대시하며 민심과 엇나간 ‘국정 갑질’이 급기야 망동적 비상계엄까지 이르렀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언론과 국회를 함께 겨냥한 윤석열의 ‘초갑’ 발언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막을 수도, 막을 생각도 없었다고 헌법기관 유린을 부인하면서 나왔다. 자신을 피해자처럼 포장하며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비상계엄이 언론의 일방적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선동하려는 것이다.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언론이라면, 윤석열의 헌법 파괴 망동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갑질처럼 비난한 삐뚤어진 언론관이 기가 막힌다.

실상은 언론을 겁박하고 국민 눈과 귀를 가리려 한 게 윤석열 정부 2년7개월이었다.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문제 삼아 MBC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며 “헌법수호 일환”이라 강변하고, 출근길 문답도 ‘MBC 무례’를 이유로 일방 중단했다. 관례이던 대통령 신년회견은 입맛에 맞는 방송을 쇼핑하듯 선택해 녹화 대담으로 대체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해 11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의 기자 질문에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는 토를 달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향신문 등 비판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는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죄 처벌을 의식한 듯 단전·단수 질문을 포함한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언론이 ‘초갑’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과거 정보사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은 ‘반자유언론’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그저 일개 참모의 망언 정도로 여겼는데, 지금 보면 언론을 폭력으로라도 수중에 넣으려는 윤석열의 평소 망상이 흘러나온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22년 43위, 2023년 47위로 하락하더니, 지난해 62위까지 추락했다. 민심의 통로인 언론마저 편가르고 강압으로라도 통제하려는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허물을 살피는 거울로 삼아도 시원찮을 판에 나팔수 언론만 바란 것 아닌가. 애초 이런 독재 망상에 사로잡힌 인사를 검증 못한 언론이 국민 앞에 자괴감이 들 정도다.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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