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피하려면 불가피”
홍준표·유승민·나경원 등
국힘 잠룡들 목소리 잇따라
그간 비핵화 정책 균열 우려
여당 내서도 “현실성 낮아”
여권 주요 인사들이 22일 ‘남북 간 핵균형’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한 것을 기점으로 ‘핵무장론’이 다시 분출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견지해 온 북한 비핵화 정책 방향을 뒤집고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주장이라 비판이 제기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있는 북핵을 없다고 우기는 것도 잘못된 정책이고 이미 물 건너간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접근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남은 건 남북 핵균형 정책을 현실화시켜 북핵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딜’에 나설 가능성을 짚으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딜이 ‘나쁜 딜’로 간다면, 우리는 미국에 독자 핵무장을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이 ‘nuclear power’가 되어야 한다”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적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서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며 “우리도 핵을 가져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핵무장론은 주로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거론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제안들은 ‘핵 공유’ 확장부터 독자 핵무장까지 수위와 구체성 면에는 차이가 있지만 남북 간 ‘핵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는 유사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핵무장론을 띄우는 일은 성급하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면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이 연쇄적으로 핵 보유 경쟁에 나설 수 있어 NPT 체제 붕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자체 핵무장론에 선을 긋고 비핵화를 추진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전날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 신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와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김건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독자 핵무장론을 두고 “NPT 체제가 있는 한 우리가 추구할 수 없는 대안이기 때문에 좋은 옵션은 아니다”라며 “확장억제를 강화해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는 능력을 우리가 계속 갖춰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SNS에서 “자체 핵무장은 NPT 체제를 탈퇴해야 하므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으니 (핵보유국 언급이)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