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을 활용해 피라미드형 성착취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은 앞서 대한민국 충격에 빠뜨렸던 2019년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기반 성착취 범죄보다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결성해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가학적 성착취 벌여온 총책 A씨(33)등 일당 54명을 검거하고 33명을 추적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5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자경단’이라는 이름의 피라미드형 성폭력 범죄집단 결성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가학적인 성착취를 벌이고, 약점이 잡힌 피해자 중 범행에 동조하는 이를 조직원으로 포섭해 다른 피해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범행을 확장해왔다. 또 총책인 A씨를 목사로 부르게 하고, 아래 집사·전도사·예비 전도사로 계급을 정해 철저한 상명하복 체제를 유지했다. A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이같은 계급 구조를 착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미성년자 등 피해자들에게 ‘1시간마다 일상보고’, ‘반성문 작성’을 시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벌을 준다며 나체촬영을 하거나 자해하게 하는 등 가학적 성착취를 강요했다. 여성 피해자들에겐 남성과 성관계를 강요하고 이를 촬영했다. A씨는 전국 각지에서 미성년 여성 10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원 다수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넘어온 이들이었다. 가장 어린 조직원은 15세였다. 경찰은 “총책 A씨가 (자신의 범행이) 성적 지향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며 “반사회적 인격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강간·범죄단체 조직 등 총 19개 혐의를 적용해 오는 24일 송치할 예정이다.
피해자는 총 234명에 달했다. 이들은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피해자를 노렸다. 남성이 84명, 여성이 150명이었고 이 중 10대도 159명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제작·유포한 성착취물·허위영상물은 총 1832건으로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한 건만 1295건에 달했다.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 받아 검거로 이어진 최초 사례다. 경찰은 지난해 9월24일 범죄 관련 자료를 텔레그램으로부터 받고, 지난해 10월부터 텔레그램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수사를 이어왔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조직원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포섭되는 구조였다”며 “디지털 범죄의 암적인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