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 등에 악용된 대포통장을 대량으로 넘긴 유통조직이 금융회사를 일명 ‘대포통장 공장’으로 삼은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해당 금융사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도왔기에 가능했다.
대구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23일 대포통장 유통조직과 짜고 약 4년간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불법 도박사이트 등에 유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대구 달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전무 A씨(51)와 상무 B씨(46), 부장 C씨(44)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씨 등과 공모한 대포통장 유통총책 D씨(46)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대포통장 유포사범 E씨(50) 등 2명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새마을금고 임직원 3명은 2021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포통장 유통조직에 유령법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 126개를 개설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D씨 등은 매월 일정한 금액(200만~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확보한 대포통장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등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의 경우 대포통장 개설의 대가로 D씨 등 2명에게서 41차례에 걸쳐 785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B·C씨는 D씨 등에게서 11차례에 걸쳐 3억84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새마을금고 임직원 신분이던 A씨 등 3명은 허위 개설 계좌가 보이스피싱 신고로 지급정지가 되자, 대포통장 유통조직에 신고자의 금융정보를 흘려 신고를 취소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 등이 신고자에게 연락해 신고를 취하시키는 수법으로 지급정지를 해제한 뒤 대포통장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 A씨는 지난해 9월쯤 검찰이 수사를 벌이면서 새마을금고에 계좌 영장을 집행하자, 대포통장 유통조직에 수사 정보를 유출해 조직원들을 달아날 수 있게 돕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E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 3개와 연결된 접근매체를 돈을 받기로 하고 대포통장 유통업자에게 유통한 혐의가 적용됐다.
D씨 등은 대포통장을 직접 도박사이트 등에 유통하고 사용료를 받았다. 또한 다른 대포통장 유통업자들에게 유령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당 새마을금고를 소개시켜준 뒤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약 30억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범죄의 중심에 있던 이 새마을금고는 대포통장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D씨 등이 관리하는 ‘대포통장 공장’으로 불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유통한 대포통장 126개를 지급정지했다. 대포통장을 사용한 불법 도박사이트 등의 범죄수익 취득도 차단했다.
수사 결과, 지역 새마을금고 최고 직급 임직원인 A·B·C씨는 2021년 4월쯤 유흥주점에서 대포통장 유통총책 D씨 등 2명으로부터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사용할 법인 계좌를 개설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내분에 따른 익명의 제보를 접수한 뒤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단서를 포착, 수사망을 좁혀갔다. 검찰은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을 추적한 뒤 전액 환수할 예정이다.
검찰은 계좌 개설 절차가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상호금융권(농협·새마을금고·신협·수협·산림조합)을 중심으로 대포통장이 다수 개설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호금융권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1166억원으로 전년도(290억원)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대포통장 개설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겠다”면서 “대포통장 유통범죄 적발은 물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등 대포통장 유통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