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정비사업 지원 최대 700억까지 확대한다지만
“‘까치내 계곡’ 수몰되면 지역 공동체 소멸될 것”
청양·양구·화순 등 “정부 대안 수긍 못해”
지난 20일 찾은 충남 청양군청 앞 천막 농성장. 이곳에서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해 9월부터 13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에는 ‘청양 발전 가로막는 지천댐 결사 반대’ ‘김돈곤 청양군수는 환경부에 지천물을 팔아먹지마세요’ ‘지역소멸 앞당기는 댐건설 반대한다’ 등의 피켓이 곳곳에 놓여져 있었다.
농성장 앞에서 만난 김명숙 청양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60)은 평생을 청양에서 나고 자랐다. 대책위를 이끌며 매일 같이 농성장 앞에서 출·퇴근 시간에 맞춘 피켓 시위와 야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천댐은 청양 장평면 지천리와 부여 은산면 일원에 저수 용량 5900만㎥ 규모로 건설이 추진 중인 ‘기후대응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가뭄에 대비하고 국가 전략산업을 위한 미래 용수 확보가 필요하다”며 청양을 포함한 14곳을 댐 후보지로 발표했다.
지천댐 얘기가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1991·1999·2012년 등 이미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세 차례에 걸쳐 지천댐 건설이 무산됐지만 정부는 또다시 건설을 감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댐 건설 논란이 일때마다 ‘보상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식의 정부 해법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주변지역 정비사업 추가금액 상향 등을 담은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내달 26일까지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 시행령을 보면 댐의 저수면적과 총저수용량, 수몰 세대, 개발수요 등을 고려해 추가 지원 금액을 기존 2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행령을 적용하면 지천댐 주변지역 정비사업비가 기존 350억원에서 최대 770억원까지 늘게된다.
정부가 회유책을 내놨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김 위원장은 “수몰지역에 있는 ‘까치내 계곡’은 ‘한국의 명수(明水) 100선’에도 선정되는 등 전국에서 찾는 유명 관광지”라며 “계곡 주변에 마을이 생기고, 식당과 카페, 펜션 등이 들어서는 등 등 소멸 위기에 처한 마을이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데, 댐 건설이 추진되면서 마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귀촌한 뒤 지천리에서 1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김진환씨는 “댐이 들어서면 생업을 잃게된다”고 말했다. 그는 13만2231㎡(4만평) 규모의 땅을 임대해 밤·고추·콩 등을 재배 중이다.
김씨는 “이번에 정부가 지원 금액을 늘린 건 2002년 당시 제시됐던 ‘200억원’에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현실화한 것에 불과하다”며 “보상안을 들여다보면 댐 건설로 집을 잃고 농사 피해를 입는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 보상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기후대응댐에 반대하는 곳은 청양뿐만이 아니다. 후보지 14곳에 포함된 강원 양구(수입천댐), 충북 단양(단양천댐), 전남 화순(동복천댐) 등의 주민들도 반대 중이다.
박종수 수입천댐 건설반대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 지원 사업 발표를 들은 주민들은 하나같이 ‘허울 뿐인 정책’이라며 피부에 와닿지 않는 대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었던 주민들조차 지금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댐 건설에 대한 반발이 심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올해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