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장성급 지휘관에 대한 첫 군사재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측 “위헌 따질 지식 없어”…군 검사 “피고인은 사령관”
박안수 육군총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도 재판 시작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했던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23일 첫 재판에서 “정당한 직무수행의 일환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국헌 문란의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군 검찰은 “부당한 명령에는 따를 의무가 없다”며 사령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몰랐고, 선포 이후에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포됐다고 인식했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전투복을 입고 재판정에 나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그는 지난 달 3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두고 “위헌인지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뿐 아니라 판단할 지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이어 “위헌인지 따지고, 합헌이라는 최종 결론하에 출동해야 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긴박한 상황에서든 어느 지휘관도, 병사도 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검사는 “피고인은 사령관”이라며 “비상계엄 요건인 전시·사변에 해당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군 검사는 또 “판례에 의하면 불법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향후 내란죄 성립 여부를 두고도 법적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군 검사는 이 전 사령관측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들어 국가권력이 배제되지 않아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결과론적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에는 같은 법원에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육군 전 특전사령관에 대한 1차 준비기일이 동시에 열렸다. 박 총장과 곽 전 사령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양측 변호인은 군 검찰이 최대 3만쪽에 달하는 증거기록 열람·복사를 늦게 허가해 관련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장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 전부를 인정할지, 어느 정도만 인정할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사령관들의 경우 피의자 윤석열, 피고인 김용현보다 약간 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재판을 기다려서 그 사건과 같이 재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