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 늘려야” “재고용 선택권”···정부, 후자에 힘 싣지만

2025.01.23 17:02 입력 2025.01.23 17:09 수정

경사노위 ‘고령자 계속고용 토론회’

23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23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을 두고 개최한 토론회에서 ‘법정 정년연장’과 ‘기업이 퇴직 후 재고용 등 선택’ 주장이 맞붙었다. 고용노동부는 경영계 주장에 가까운 후자에 힘을 실었는데, 윤석열 정부 임기 내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경사노위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논의 상황을 공론화하는 취지에서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 원장은 노동계 주장인 ‘법정 정년연장’을,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경영계 주장인 ‘퇴직 후 재고용’을 포함해 정년연장·폐지 등을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각각 주장했다.

김 원장은 “정년연장은 정년을 연금 개시 연령에 맞춰야 한다는 당연하고 타당한 원리를 실현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은 노후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안”이라고 했다. ‘정년연장 시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을 두고는 “(정년을) 법제도의 강행 조항으로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중소기업·불안정 노동자들에게도 오래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우선 적용하고, 대기업에 시차를 두고 적용하되 조기 도입 시 추가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 교수는 “우리의 상황과 해외 사례를 고려할 때 정년연장으로만 고용을 연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재고용, 정년폐지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처럼 ‘계속고용’을 의무화하되 각 기업이 정년폐지, 정년연장,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정년연장을 하려면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으로 개편하는 방안과 반드시 연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일본식 모델 주장을 두고 “사용자 선택권을 부여한 일본은 (기업이) 재고용을 선택한 경우가 76.4%”라며 “임금 하향적용, 재고용 방식 위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노령 임금 수준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고용안정성이 증가면 그에 상응해 임금유연성과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정년연장은 해고 및 임금조정이 어렵고 경기변동, 산업 구조변화, 기업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3 마포구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노인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마포구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노인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는 “연공급 임금체계 하에서 정년연장은 실질적인 고용연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이전에 정년연장 법제화로 혜택을 본 그룹에게 혜택이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원장은 “현재 직무성과급 논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가 아니라 경영자의 임금결정권에 더 초점을 두는데, 개별 임금 불평등 확대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교섭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직무급으로 직무, 직종, 고용형태별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년연장의 청년 고용 영향을 두고 이 교수는 “청년층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을 대체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청년 고용과 정년연장이 보완관계라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더 많은데, 부정적인 평가의 연구가 최근 두드러지게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선호하는 일자리 상충 가능성은 있으니 직무공유(분할), 노동시간단축 등 정교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경영계 주장과 맥이 닿는 이 교수 방안을 사실상 지지한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영미 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보다는 청년 일자리와 상생, 이중구조 심화 방지,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경사노위는 오는 3월까지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지만, 탄핵 국면이 이어지며 현 정부 임기 안에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항의하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노총은 논의의 시급성을 고려해 이번 토론회에는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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