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요원 끌어내라” 했다는 김용현, 궤변도 정도껏 하라

2025.01.23 19:33 입력 2025.01.23 19:51 수정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에 출석해 윤석열 측 궤변에 꿰맞춘 증언을 연발했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도 출석한 이날 변론에서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의원들이 아니라 ‘요원들’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폈다. 윤석열이 직접 ‘국회 본회의장 문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다 끌어내’라는 계엄군 수뇌부 증언이 나왔는데, 이런 궤변을 했다. 헌법재판관들과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건네진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문건(쪽지)을 자신이 작성했으며,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도 “포고령 우려 대상자 몇명 부르며 ‘동정을 잘 살펴라’라고 지시한 건 있다”고 했다. 자신이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 등에게 “국회에서 의원들 빼내라”고 지시했다는 데는 “의원이 아니라 (국회에 투입된 군)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궤변도 정도껏 해야지, 당시 국회 봉쇄·해산 작전을 편 것과 180도 다른 말이다. 윤석열은 지난 21일 헌재에서 최 대행에게 겐네진 쪽지에 대해 “김 전 장관이 준 것 같다”며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고,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거나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했는데, 김 전 장관도 거기에 맞춰 진술한 것이다.

윤석열과 김 전 장관의 언행은 내란 범행을 감추려는 사기극에 불과하다. 최 대행은 지난달 국회에서 계엄 쪽지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고 했다. 윤석열이 보는 앞에서 쪽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 측도 지난 20일 “메모 작성자는 김 전 장관”이라면서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정작 김 전 장관은 이날 다른 말을 했으니 윤석열의 헌재 발언과 급하게 꿰맞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이 아무리 법기술을 쓰고 말을 꿰맞춰도 내란 범행을 덮을 수는 없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윤석열이 포고령의 국회활동 제한 조항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집행하려고 했다”고 했다. 위헌성이 분명한 포고령의 선포·실행을 윤석열이 승인했다는 것이다. ‘경고용 비상계엄’이라면서 국회 무력화를 전제로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윤석열이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하기로 한 건 내란죄 형사재판에 대비해 다른 피의자들을 압박하고 말을 맞추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이날 윤석열 사건을 공수처에서 송부받은 검찰은 내란죄 혐의 입증에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호위무사’ 노릇을 하며 오늘의 윤석열을 만든 검찰이 그나마 국가와 국민에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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