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변론서 50일 만에 재회
비상계엄 ‘경고성’ 주장하면서도
비상입법기구 준비 인정 등 ‘모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나란히 출석했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에 불과했고 계엄 포고령이 실행 가능성이 없는 상징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엄 이후를 대비한 예비비 마련,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을 준비한 사실은 인정해 모순을 드러냈다.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을 열고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입장을 말하거나 김 전 장관을 신문했다. 그는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뿐만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야당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포고령 초안을 보고받고 논의하는 과정에 대해 물었다. 윤 대통령은 “(보고받은 포고령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그냥 놔둡시다’ 하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경고용이라 포고령을 ‘대충’ 보고 넘겼다는 취지다. 이에 김 전 장관은 “평상시 대통령은 (보고하면) 법전부터 가까이서 찾아보고 하시는데, 그렇게 안 찾으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부총리에게 전달했다는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지시 문건과 관련해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을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제시된 문건 사본을 보고 자신이 직접 작성해 실무자를 통해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이 문건을 준비해 최 부총리에게 전달한 주체가 윤 대통령이라고 적시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한 게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끌어내라고 한 게 국회의원이 아니라 특전사 요원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