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미 관계자 인터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파병 병력 손실 40% 달해
러 정규군보다 우수 평가도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이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도 전장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군 참전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한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우크라이나 병사와 지휘관, 복수의 미국 국방부 관계자와 군사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북한군의 전투 방식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의 전투 방식은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과 확연히 다르다. 러시아군과 달리 장갑차의 엄호 없이 전투에 투입되며, 러시아군보다 앞서 위험 지역을 정리하는 선발대 역할을 맡고 있다. 북한군은 공격 목표를 배정받으면 전투 차량의 지원 없이 사실상 맨몸으로 적진을 향해 돌진한다. 점령에 성공해도 방어 임무는 러시아군에 맡기고, 북한군 병사들은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심한 포격을 당하더라도 전열을 정비하거나 후퇴하는 일 없이 계속 전진한다.
설레스트 A 월랜더 전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군과 러시아군은 완전히 다른 군대”라며 “북한군 병사들은 강한 동기 부여와 철저한 규율을 바탕으로 부상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촬영한 무인기(드론) 영상을 분석한 결과, 북한군 50여명으로 구성된 한 부대는 눈 덮인 들판을 가로질러 8㎞를 이동했다. 도중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이후 5~8명의 소규모 그룹을 앞세워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 사령관 안드리는 NYT에 “북한군은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도 끊임없이 새 부대를 투입한다”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전진, 전진뿐’”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 올렉시는 “이들이 전투 경험을 쌓으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면서 “북한군이 단순히 소모전의 도구가 아니라, 현대전에 적응하며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매체 UA와이어는 러시아군 내부에서도 북한군의 전투 준비 상태가 러시아 정규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이 더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으며, 전투 수행 능력이 우월하다는 점이 러시아군 내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들도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은 키이우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전투가 불리해지면 쉽게 항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군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및 서방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부터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 1만1000여명 중 약 3분의 1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영국 BBC는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군 1000여명이 전사했으며, 부상자와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총 병력 손실은 4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북한군 전체 파병 병력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북한은 피해를 보충하기 위해 앞으로 2개월 이내에 추가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