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발레리 프리들랜드지음 | 염지선 옮김
김영사 | 396쪽 | 2만2000원
대부분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아’나 ‘어’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언어학에서는 말이 멈춘 틈을 채운다는 의미로 이런 표현들을 ‘공백 채움말(filled pause)’이라고 부른다. 말을 할 때 ‘아’나 ‘어’ 같은 말을 남발하면 어눌해 보이기 쉽다. 하지만 미국 네바다대학교 언어학 교수 발레리 프리들랜드에 따르면 공백 채움말은 의사소통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조금 지체될지 모른다는 경고음”을 보냄으로써 상대방이 대화를 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공백 채움말이 있으면 상대방의 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영어권에서 공백 채움말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써왔다. 언어학자 마크 리버먼이 전화 통화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공백 채움말을 250%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0년 사이에는 여성들과 젊은 사람들이 공백 채움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늘어났는데, 주로 ‘음’을 많이 쓰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언어의 쓰임새란 고정돼 있지 않고 변한다는 것이다. 18세기 미국에서는 영국식으로 발음하면 경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반대가 됐다. 대명사 ‘they’는 복수형 대명사로만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단수형 대명사로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다.
언어 변화를 선도해온 것은 나이 든 사람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이다. 저자는 “여성은 근본적인 조음이나 인지 체계에서 발생하는 언어 형태와 미묘한 차이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면서 “여자같이 말한다는 평가는 언어로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