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붕괴의 시대
피터 S. 굿맨 지음 | 장용원 옮김
세종서적 | 536쪽 | 2만4000원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경제를 출렁거리게 했지만 그렇다고 현대인의 소비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직장을 잃거나 격리로 집 안에 머물게 된 현대인은 물건 사기를 멈추기 않았다. 마스크나 소독제 같은 팬데믹 시대 필수품은 물론이고, 집 안을 홈카페·홈짐·홈오피스·홈스쿨로 변신시키려면 많은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통과한 모두가 기억하듯, 돈이 있다고 물건을 살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마트 진열대는 텅 비었다. 세계 주요 항구에는 거대한 선박들이 발이 묶인 채 몇주간 떠 있기만 했다. 공장은 멈춰섰다. 봉쇄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는 부족했고, 물건을 만들어놓은 생산업자들은 선적할 배를 찾지 못해 발을 굴렀다. 세계의 공급망 연결고리가 모두 망가진 시기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제 저널리스트 피터 S 굿맨은 글로벌 공급망의 어리석음이 팬데믹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25년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 북미 경제에 관한 글을 써온 그는 공급망이 혼자 동떨어진 시스템이 아니라 전체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한다. 그의 책 <공급망 붕괴의 시대>는 그저 선으로만 보이는 글로벌 공급망 뒤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팬데믹 당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장난감을 미국 시장에 대려는 한 업체가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미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을 따라간다. 대륙을 오가는 장난감의 긴 여정을 좇다 보면 정교하고도 복잡한 공급망 시스템의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망 안에는 건강을 위협받는 노동자,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기업의 이윤 추구, 독점 체계를 만든 규제 완화가 자리하고 있다. 베테랑 기자인 저자는 촘촘한 취재와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공급망을 눈앞에 풀어놓는다.
제조업 강국이자 수입국인 한국에도 꼭 필요한 이야기다.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책을 읽은 뒤, 전날 클릭 몇번으로 구입한 물건이 문 앞에 도착한 모습이 달리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