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앤 쇼, 한경협 주최 세미나 화상으로 참석
“미, 통상정책 전면 재검토 중…가능성 열어둬야”
세계 각국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외 협력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는 2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은 현재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우선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지만,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쇼 전 부위원장은 “다음달 1일 예고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불법 이민, 마약 유통 등 비경제적 이유로 실시되는 것”이라며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관세 부과는 정부 조사가 완료되는 4월 이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한·미 FTA 개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진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자동차를 비롯한 대미 흑자 업종에 관련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한·미 FTA를 직접 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관세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한·미 FTA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최 고문은 “꼭 관세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상품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참고 사례로 언급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도 “FTA 재협상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FTA 차원에서 관세 협상을 할 것 같진 않다”며 “관세는 별도로 빠르게 진행하고 FTA 재협상은 규범이나 제도를 바꾸는 쪽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외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기존 무역협정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국과의 교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집권 1기 시절처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몰아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당국자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보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 “트럼프의 행정명령 통상 분야를 보면 오는 4월1일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그 얘기를 해와 긴장감을 갖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선 “미국이 한·미 FT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준비해서 국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말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무역 균형 추구와 관련해 “무역량을 늘려야지 줄일 수는 없고 수출도 줄일 수는 없다”며 “다른 방식으로 미국도 이익이 되고, 우리도 이익이 되는 윈윈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