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중 회식 들통날까 봐”…부하경찰 사고 내도 음주측정 안 한 경찰관들

2025.01.24 16:34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법 제공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법 제공

경찰서 당직 근무 중 회식에 참석한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함께 회식한 부하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자 음주측정을 못 하도록 한 경찰서 수사팀장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태업 판사는 직무유기와 직무유기 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인천 중부경찰서 간부 A씨(53)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46)는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2년 9월 14일 오전 2시 34분쯤 인천 중구의 한 도로에서 부하 직원 C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자 교통조사팀 소속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음주측정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사고 전날인 13일 오후 6시10분부터 팀장인 A씨를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회식했다. C씨는 2차 술자리까지 한 뒤 자신의 차량으로 운전을 하다 14일 오전 0시28분쯤 중구의 한 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C씨가 이날 마신 술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2잔과 소주 21잔이다.

사고 접수를 한 인천 중부서 교통사고 조사팀 B씨는 C씨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경찰서에 와서 음주측정을 받을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C씨는 2시간이 지나서 경찰에 출석했고,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B씨는 C씨에 대해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다.

당직 중이던 A씨가 B씨에게 연락해 “음주 측정을 하지 말고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C씨를 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직 중에 회식했다가 C씨의 음주운전이 드러나면 팀장으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징계받을 수 있고, 부하인 C씨도 가중 처벌 및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을까 우려돼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부탁을 받은 B씨는 음주측정과 조서 작성 등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새벽에 A씨와 C씨를 경찰서 현관에서 만나게 한 뒤 C씨를 귀가시켰다.

경찰은 C씨에 대한 음주측정을 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찾지 못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C씨에게 적용했다. C씨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강등됐다.

김 판사는 “A씨의 행위는 제식구 감싸기로 인한 경찰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20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했고, 여러 차례 표창을 받는 등 달리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경찰관 선배인 A씨의 처지를 돌봐 줘야한다는 짧은 생각에 범죄를 저지른 것을 모두 인정하고, 15년 넘는 기간 경찰관으로 성실하게 근무한 것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