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고령 위헌 요소 알았지만 놔뒀다”는 윤석열···법조계 “자백한 꼴”

2025.01.24 17:25 입력 2025.01.24 17:38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헌재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헌재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직접 변론한 내용이 오히려 자신을 법리상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포고령 선포와 관련해 “법적 문제를 알면서도 집행 가능성이 없어서 놔뒀다”고 말했는데,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위헌 사실을 인식했었다고 자백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김 전 장관이) 써오신 계엄 포고령을 보고 사실 법적으로 검토해 손댈 건 많지만”이라며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은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둡시다’라고 얘기했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다. 자신은 ‘위헌, 위법한 포고령을 실제 실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이후 형사 재판에서도 파면 및 유·무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부정하려고 전략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측이 국헌문란 목적을 가지고 계엄을 시도했는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객관적 근거가 포고령”이라며 “포고령 자체가 진지한 의사로 선포됐다고 얘기하는 순간 국헌문란의 목적을 바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런 회피 전략이 탄핵심판이나 형사 재판에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의 위헌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자백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고령은 한 번 선포되면 바로 집행되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작성할 때 집행 의사를 가졌는지는 중요치 않다”며 “(윤 대통령 발언은) 포고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걸 대통령이 인식한 상태에서 승인을 했다는 사실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헌재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시 포고령을 실제 집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도 윤 대통령의 법리적 꼼수를 무너뜨리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측 대리인단의 ‘포고령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봤느냐’는 질의에 “(대통령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주무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계엄이 해제되고 구속된 이후에도 계엄 선포 당시 정치 활동을 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계엄 포고령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의도가 없다는 것이 항상 당사자의 주장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심의 고의나 목적은 외부적인 정황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 등을 통해서 추정하고 확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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