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려 했던 배경에 대해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그 기회에 부정선거 의혹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선거 의혹의 출처로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라는 단체를 지목했다고 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왔던 이 단체의 총괄대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김 전 장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의 출처로 언급한 ‘부방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온 단체다. 특정 단체의 주장이 선관위 점거 사유가 된 부정선거 의혹의 ‘출처’로 지목된 것이다.
부방대의 총괄대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지난해 4월27일 이 단체 등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해 발언을 했다. 민 전 의원은 그간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조해왔고, 선거무효소송도 제기했다. 민 전 의원의 소송에 따라 대법원은 당시 4만5000여장의 사전투표지를 모두 분석한 뒤 가짜투표용지는 한 장도 없었다고도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선거 조작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보고받으시고 상황을 그대로 두면 부정선거 얘기가 나오니 ‘기회가 되면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펴보라’고 했다”는 취지로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 등은 그간 국가정보원이 ‘선관위 서버의 보안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해킹을 통해 선거조작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앞서 김 전 장관에게 ‘계엄에 필요한 인력과 투입 가능한 부대’ 등을 물은 정황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계엄 관련 문건들의 구체적인 문구는 대통령이 직접 법전을 살펴보며 검토했다’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이 직접 검토한 문건이라 별도의 법리검토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김 전 장관 입장에선 사실상 윤 대통령으로부터 묵시적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선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와 관련해 검찰에서 한 진술과 다른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헌재에서 “대통령께서 (계엄 포고령을) 평소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는 것을 느끼면서, 평소 업무 스타일이 항상 법전을 먼저 찾으신다”면서 “보고나 참모들 하면 조금 이상하면 법전부터 찾아보고 하시는데 안 찾으시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