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 땐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전망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을 재신청한 검찰이 25일 법원 결정 이후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 중이다.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조만간 윤 대통령 대면조사를 시도할 방침이다. 법원이 연장 신청을 또 다시 불허할 경우 이르면 26일 윤 대통령을 조사 없이 재판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허가 여부 결정을 긴장한 채 기다리면서 허가시 윤 대통령을 조사할 준비와 불허에 대비한 공소장 작성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사건을 공소제기 요구 방식으로 송부받은 뒤 같은 날 법원에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10시쯤 이를 불허했다.
김 부장판사는 공수처법 입법 취지와 조항 등을 살펴봤을 때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송부받은 검찰이 구속기간 연장에 의한 구속수사와 같은 적극적 강제수사를 계속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윤 대통령 기소 여부만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법원의 불허 결정 4시간 만인 이날 새벽 2시쯤 검찰은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법원에 재신청했다. 이번엔 서울중앙지법 당직법관인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가 심사한다. 법원 결정은 이르면 이날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번에도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허가하지 않으면 검찰은 윤 대통령을 이르면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구속 시한을 오는 27일로 본다. 이 경우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사실상 공소 유지 업무만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내란 공범 10명을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전모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져 윤 대통령 대면조사가 없어도 혐의 입증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속기소되면 윤 대통령은 1심 재판 기간 동안 최장 6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이 무산되더라도 윤 대통령을 1차 구속 만료에 맞춰 석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장관 등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한 인물들이 구속 수감된 점,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극구 거부하면서 경찰·공수처가 2차 시도 끝에 가까스로 윤 대통령을 체포한 사실, 지금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라면 수사·재판에 성실히 임할 가능성이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면 윤 대통령 구속기간은 다음달 6일 무렵까지 늘어난다. 검찰은 2차 구속기간 만료에 맞춰 윤 대통령을 기소하게 된다. 이 경우 검찰은 당장 26일부터 예정했던 윤 대통령 대면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조사 사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보안·경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검찰 출석조사보다는 윤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방문조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구치소에 이미 임시 조사실도 마련된 상태다. 다만 검찰은 사전에 서울중앙지검에 조사실을 마련해두고 경호처가 검찰청사를 사전 점검하는 등 출석조사에도 대비하고 있다.
검찰이 조사를 시도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고검장 출신인 김홍일·윤갑근 변호사는 법원의 구속연장 불허 결정이 나기 전인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검찰이 윤 대통령 구속을 즉시 취소해 석방하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 뒤에 수사·기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