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신축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이 15년 만에 평균 매매가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사문화된데다 고금리 및 자재비·인건비 등의 인상으로 분양가가 오른 여파다.
부동산R114는 전국 평균 분양가격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평균 매매시세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같은 역전현상은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서 일어났다. 서울의 분양가 매매시세 추월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2024년 기준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전국 2063만원, 서울 4820만원으로, 아파트 평균 매매시세(전국 1918만원·서울 4300만원)보다 각각 145만원, 520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평형(전용면적 85㎡) 기준으로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전국 5000만원, 서울 1억7000만원 가량 높다는 얘기다.
정부는 2023년 1·3대책을 통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해제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민간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분양가는 분상제 해제에 더해 엔데믹 이후 본격화된 금리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조달금리 및 자재비·인건비 등이 동반상승하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이 기간 구축 매매가격은 분양가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서울을 기준으로 2018년에는 분양가가 시세 대비 3.3㎡당 50만원 정도 높았으나, 정부가 강력한 분양가 규제를 시행한 2019년 들어 분양가가 시세보다 440만원 낮아졌다. ‘분양가-시세’ 편차는 2020년 -1012만원, 2021년 -1455만원으로 3년 연속 커졌다. 그러나 공사비 급등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편차가 -643만원으로 줄었고, 2023년 -504만원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분양가가 시세를 역전했다.
전문가들은 분상제 적용을 받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면 더 이상 서울에서도 ‘로또청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변 시세보다 싼 신축’이라는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분상제 완화 여파…‘구축보다 싼 신축’ 줄어
지난해 11월 분양을 진행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의 전용 84㎡ 분양가는 약 14억여 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역세권이라는 입지 등을 고려해도 주변 시세에 비해 과하게 비싸다는 것이다. 서울원 아이파크 부지보다 지하철 1·6호선 석계역에 더 가까이 위치한 역세권 단지인 월계풍림아이원 전용 84㎡는 지난 1월22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월계동 기존 구축의 전용 84㎡ 거래가는 8억~9억원에 형성돼 있다.
지방의 분양가 역전 폭은 더 크다. 토지비를 제외한 건축비는 전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 점을 감안했을 때 지방이 받는 분양가 상승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동일한 기준으로 3.3㎡당 분양가와 매매가 시세편차를 지역별로 보면 제주가 1245만원으로 가장 컸으며, 울산(1096만원), 부산(954만원), 광주(953만원) 등 17개 시·도 전체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가 상승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과 수용할 수 없는 지역으로 나뉘는데 지방 등 비인기 지역은 수용이 쉽지 않다”며 “이는 미분양 적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 수요자 입장에서는 높아진 분양가에 청약통장을 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아파트나 할인하는 미분양 주택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