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김정은 “전쟁억제수단 완비”

2025.01.26 14:31 입력 2025.01.26 15:36 수정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 발사

외무성 실장 한·미 “전쟁연습” 비난

수위 조절해가며 트럼프 마음 떠보기

“연합훈련 중단 조건 제시” 분석도

북한 미사일총국은 1월 25일 해상(수중)대지상전략순항유도무기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미사일총국은 1월 25일 해상(수중)대지상전략순항유도무기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서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력의 전쟁억제수단이 완비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최근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들을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논의를 내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5일 “해상(수중)대지상 전략순항유도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통신은 발사된 미사일들은 약 2시간 5분 동안 “1500㎞의 비행구간을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비행해 표적을 명중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도 당일 오후 4시쯤 북한이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것을 추적·감시했다고 밝혔다.

시험 발사한 미사일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해상 바지선이나 수중 잠수함이 아닌 내륙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아, 개발 초기 상태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월 24일 불화살-3-31을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나흘 뒤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시간은 당시보다 90초 가량 늘었다.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의 전쟁 억제 수단들은 더욱 철저히 완비되어 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보다 강력히 진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자기의 중대한 사명과 본분에 항상 책임적으로 분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가방위력건설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SLCM은 한·미 주요시설을 타격하는 근거리·정밀 타격용으로 평가된다. 잠수함에서 발사돼 발사 원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을 포함한 무기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그중 하나로 핵탄두를 탑재한 SLCM 개발이 예측돼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1월 25일 해상(수중)대지상전략순항유도무기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미사일총국은 1월 25일 해상(수중)대지상전략순항유도무기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외무성은 지난 21~24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 지난 14~16일 ‘한·미연합 대화력전연습’, 지난 15일 B-1B 전략폭격기를 동반한 한·미·일 공중훈련을 “우리 국가를 정조준한 각종 전쟁연습들”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어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주권과 안전 리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데서 최상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와 연합훈련 비난은 트럼프 정부의 의중을 떠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김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불렀다. 이후 북한은 22일부터 이틀간 열린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서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실해질 때까지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긴장의 수위를 조절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인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아닌 외무상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담화를 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무기보다는, 전략무기로서 유용성은 크지만 외면적으로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순항미사일을 택한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떠보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의 조건으로 연합훈련 중단 논의를 내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가 의제화됐었다”며 “이번에 연합훈련을 거론한 것은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연합훈련 중단을 의제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은 한·미, 한·미·일 훈련이 지속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는 유화적인 발언들의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기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한국의 F-15K 전투기, 일본의 F-2 전투기가 지난 15일 한반도 인근 공해상에서 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한국의 F-15K 전투기, 일본의 F-2 전투기가 지난 15일 한반도 인근 공해상에서 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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