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국’ 일본, 핵무기금지조약 회의에 정부 참관 보류···“비겁하다” 비판

2025.01.26 14:33 입력 2025.01.26 15:28 수정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가 24일 도쿄 중의원에서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을 하기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가 24일 도쿄 중의원에서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을 하기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올 3월 미국에서 열리는 제3차 핵무기금지조약(TPNW) 당사국 회의에 정부 차원에서 옵서버(참관국)로 참여하는 것은 보류하고 그 대신 여당 의원을 회의에 파견하는 안을 조율 중이라고 지난 25일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국가 안보를 위한 현실적 접근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비겁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이같은 방침을 정부·여당에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옵서버는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회의에는 참석하는 국가를 뜻한다.

일본 정부·여당이 자민·공명당 소속 의원을 회의에 파견하기로 한 것은 회의 내용을 파악해 향후 대응에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파견 의원은 피폭지인 히로시마 등에 지역구를 둔 의원을 중심으로 인선할 방침이다. 야당과 초당적 파견단을 구성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TPNW 회의에 옵서버로 참여하면 미국의 신뢰 저하를 부르고 주변국이 ‘일본은 미국 핵우산을 바라지 않는다’고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총리는 정부 차원의 참가를 보류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TPNW는 핵무기를 제조,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핵우산 제공도 조약 위반으로 본다.

피폭국 일본에서 핵무기 금지 문제는 딜레마로 여겨져 왔다.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편엔 일본이 원폭 피해국이란 정체성을 내세워 온 만큼 핵무기 금지를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있다. 피폭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뒤 연립여당인 공명당 내에서도 일본 정부가 TPNW 회의에 참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가와노 고이치 나가사키현 평화운동센터 피폭자 연락협의회 회장은 “정부 차원이 아닌 다른 형태로 참가하는 건 비겁하다”며 “정부가 국가를 대표해 참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발했다. 히로시마현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이사장이자 니혼히단쿄 대표위원인 미마키 도시유키는 “왜 정부가 정당한 참가를 하지 않는지 화가 나고 유감스럽다”면서도 여당 의원 파견 가능성에 대해 “1㎜라도 진전이다. 제4차 당사국 회의 때는 (일본 정부가)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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