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탄’ 위해 언론 싸잡아 비난하는 국힘…“언론 비판을 정파적 공격으로 매도”

2025.01.26 15:59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탄핵 정국 공정 보도 양태와 문제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탄핵 정국 공정 보도 양태와 문제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언론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보도와 관련해 신문·방송사들을 자의적 이념 잣대로 분류하고 ‘부역 언론’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방탄과 극우 세력 결집에 열중한 나머지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부정하고 나아가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26일 ‘국민의힘 안티팬 MBC의 맹랑한 사생일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2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탄핵 찬성 집회 보도 분량이 반대 집회 보도 분량에 비해 17배나 많았다”며 “이는 MBC의 공정성이 정상 수준에서 17광년이나 동떨어져 있다는 지표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주말 탄핵 찬반 집회를 보도한 MBC 기사를 겨냥해 탄핵 찬성 집회는 1분58초 보도하고 반대 집회는 7초 보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미디어국은 이어 “국민의힘 비난도 잊지 않았는데 ‘(국민의힘이) 하루 빨리 해체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시민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정작 해체돼야 할 것은 공영방송의 탈을 쓰고 편파방송을 일삼는 MBC가 아닐까”라며 “국민의힘은 ‘안티팬도 팬이다’라는 자세로 인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국은 전날에도 ‘국민의힘 안티팬 MBC의 명랑한 사생일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24일 MBC의 국민의힘 지도부 서울역 귀성인사 관련 보도를 겨냥해 “‘어디서 뻔뻔하게!’라고 외친 당사자이자 MBC가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라고 자막까지 달아서 부각시킨 시민의 정체는 ‘윤석열 참수!’를 주장하는 극좌 인사로 밝혀졌다”며 “우연인지 사전섭외인지 궁금해진다”고 비판했다. 미디어국은 이날도 “국민의힘은 ‘안티팬도 팬이다’라는 자세로 인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극좌’라고 칭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과거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그는 지난해 5월28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에 실망해 탈당했다. 정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내가 당원이었던 걸 알텐데도 ‘극좌’라고 하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MBC가 극좌와 같이 계획한 행동인 것 같은 프레임을 만들고, 실제 민심이 아니라고 표현하고 싶겠지만 국민의힘이 권위주의 정당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계엄·탄핵 정국에서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향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부역언론’이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탄핵정국 공정보도 양태와 문제점’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탄핵 선동 정치와 부역 언론’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맡은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향신문과 MBC·JTBC를 ‘견고한 가짜뉴스 카르텔’로 규정하고, MBC·KBS·JTBC는 ‘좌파 노영방송(노조가 장악한 방송) 삼형제’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보수 성향의 매체로 꼽히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가 윤 대통령의 계엄을 비판한 사설도 함께 비난했다.

반면 극우 세력과 강성 보수 지지층에게 호응을 얻는 언론사의 가짜뉴스에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인터넷 매체인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이들은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20일 해당 보도에 대해 “완전히 거짓”이라고 밝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정작 당사자들이 가짜뉴스라고 확인한 이 보도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되레 지난 23일 토론회에선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가담했다는 일부 지지층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대응은 언론 자유를 존중해야 할 공당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스로 강조한 ‘안티팬도 팬’이라는 입장과도 배치된다. 국민의힘은 그간 MBC 등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어 재허가·재승인 심사 점수에 반영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재를 누적해 압박했다. 최근엔 계엄 및 탄핵 정국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도 남발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은 많은 사안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좌파’ ‘종북’ 등으로 몰아서 지지자만을 바라본 왜곡된 주장을 해왔다”며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정파적 공격으로 매도해온 국민의힘의 전략이 다시 한번 적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