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보도 관련 이념적 잣대…“부역 언론” 싸잡아 막말
국민의힘의 언론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보도와 관련해 신문·방송사들을 자의적 이념 잣대로 분류하고 ‘부역 언론’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방탄과 극우세력 결집에 열중한 나머지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부정하고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26일 ‘국민의힘 안티팬 MBC의 맹랑한 사생일지’라는 논평에서 “2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탄핵 찬성 집회 보도 분량이 반대 집회 보도 분량에 비해 17배나 많았다”며 “MBC의 공정성이 정상 수준에서 17광년이나 동떨어져 있다는 지표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하루빨리 해체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시민 인터뷰를 실었는데 정작 해체돼야 할 것은 공영방송 탈을 쓰고 편파방송을 일삼는 MBC가 아닐까”라고 했다.
미디어국은 전날에도 지난 24일 MBC의 국민의힘 지도부 서울역 귀성인사 관련 보도를 겨냥해 “‘어디서 뻔뻔하게!’라고 외친 당사자이자 MBC가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라고 자막까지 달아서 부각시킨 시민의 정체는 ‘윤석열 참수!’를 주장하는 극좌 인사로 밝혀졌다”며 “우연인지 사전섭외인지 궁금해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극좌’라고 칭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과거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그는 지난해 5월28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에 실망해 탈당했다. 정 회장은 “내가 당원이었던 걸 알 텐데도 ‘극좌’라고 하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MBC가 극좌와 같이 계획한 행동인 것 같은 프레임을 만들고, 실제 민심이 아니라고 표현하고 싶겠지만 국민의힘이 권위주의 정당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계엄·탄핵 정국에서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향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부역 언론’이라는 원색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탄핵 선동 정치와 부역 언론’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맡은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향신문과 MBC·JTBC를 ‘견고한 가짜뉴스 카르텔’로 규정하고, MBC·KBS·JTBC는 ‘좌파 노영방송(노조가 장악한 방송) 삼형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극우세력과 강성보수 지지층에게 호응을 얻는 가짜뉴스에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인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20일 해당 보도에 대해 “완전히 거짓”이라고 밝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라고 확인된 이 보도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은 많은 사안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좌파’ ‘종북’ 등으로 몰아서 지지자만을 바라본 왜곡된 주장을 해왔다”며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정파적 공격으로 매도해온 국민의힘의 전략이 다시 한번 적용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