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결정 안 따르면 위헌”, 마은혁 임명 뭉개온 최상목 경고다

2025.02.03 18:15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김정환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사건을 3일 선고하려다 연기했다. 헌재가 지난달 22일 1차 변론에서 최 대행 측 증인신청 등을 기각하고 변론을 종결한 뒤 최 대행 측이 31일 신청한 변론 재개를 헌재가 수용한 것이다.

헌재가 선고 당일 일정을 변경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 대행 측이 헌재 결정에 시비를 걸 조그마한 핑곗거리도 남기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대통령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이 말도 안 되는 갖은 이유로 헌재를 공격하고 흔들어대며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할 명분을 쌓고 있으니, 그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뜻도 담겼다고 본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결정해도 최 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경우’를 묻는 질문에 “헌재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이날로 예정된 마 후보자 임명 건 선고를 앞두고 여당은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하더라도 최 대행은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 대행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하더라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버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헌재가 그건 위헌·위법이라고 공식 경고한 것이다.

헌재 입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헌법 66조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돼 있다. ‘헌법 수호’는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인 것이다. 우리 사법시스템에서 헌법의 최종 해석권은 헌재에 있는 만큼 헌재 결정을 따르는 것은 합헌이요, 따르지 않는 것은 위헌이고,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위헌적 행위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국정 최고책임자조차 따르지 않는다면 누가 헌재 결정을 따르겠는가. 그야말로 국헌 문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12·3 내란의 강’을 건너고 있는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 최 대행이 할 일은 여당 눈치나 살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최 대행이 윤석열 체포·수색 영장 집행 건, 내란특검 도입 건, 마 후보자 임명 건 등에서 보인 모습은 그와 정반대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헌재 결정마저 거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국가적 혼란과 사법시스템 붕괴의 책임을 최 대행이 져야 한다. 최 대행은 변론 재개 후 이뤄질 헌재 결정을 즉각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제라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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